•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한반도 대운하 전쟁’이 뜨겁다. 29일 광주 경제분야 정책비전대회를 기점으로 시작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장외전’이 본게임보다 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주 토론회 이후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더 많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박 전 대표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번 기회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점을 확실히 부각시켜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결전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 전 시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대운하 맞짱 토론’을 제안한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후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 나갈 예정이다.

    이 전 시장 측도 사방에서 집중적으로 날아오는 화살로 인한 ‘한반도 대운하 침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운하 사업의 친환경성과 효율성 등을 연일 강조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이 전 시장 캠프는 정치권의 ‘정치공세’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TV토론 등을 통해 대운하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측 “이명박 저격수 혼합복식조” vs 박측 “총 쐈나. 너무 험하게 말한다”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표선수’들은 31일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3일째 ‘한반도 대운하 공방전’을 이어갔다.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란히 양 캠프 대변인 한선교(박 전 대표측)·박형준(이 전 시장측) 의원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두 의원은 토론이 진행될수록 격해져 서로의 말을 자르며 자신의 주장을 강조해 사회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둘은 서로를 향해 “이명박 저격수 혼합복식조”(박형준) “너무 험하게 말한다”(한선교) 등 감정 섞인 공격부터 주고받았다. 박 의원은 전날 이 전 시장에게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6개 공개질의서를 보낸 유·이 의원을 “이명박 저격수 혼합복식조”라고 폄훼하며 “계속 비판,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제 공개 질의한 내용을 보면 사실 질의라기보다 비난성 성명에 가깝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런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지만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에 한 의원은 즉각 “너무 험하게 말한다. 유·이 의원이 저격수라는 표현은 지나치다. 총을 쏘느냐, 뭘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한 의원은 “TV토론이라는 것은 200분, 100분 토론을 한 뒤 전부 입과 귀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며 “이것을 계기로 여론형성이 어떻게 되는가(를 보고), 그것을 갖고 차후에 계속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한 것(공개질의)은 (대운하의) 부당성에 대해 경제·환경적 측면의 문제를 제시한 것이다. 이것을 저격수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정치공세’ 주장을 일축했다.

    “식수오염 있는 대운하 재고해야” vs “기본적으로 친환경 사업” 환경문제 재충돌

    ‘기싸움’으로 몸을 푼 두 의원은 본론으로 들어가 대운하 사업의 환경성과 효율성에 대한 논쟁을 시작했다. 한 의원은 운하 사고로 인하 식수 오염 지적에 “뱃길과 물(식수)길이 다르다”는 이 전 시장 측의 반박부터 지적했다. 그는 “이것(뱃길과 식수길)은 자를 그어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부터 이런 위험성이 있다면 재고해야 한다”며 “원론적으로 올라가서 운하 자체가 부정적인 측면을 대단히 많이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예를 들어 강변취수를 통해 맑은 물을 끌어 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강바닥은 뻘 같은 아주 미세한 입자로 돼 있어 여과하기에 정말 부적절하다. 환경부가 올해 1/4분기 하천 640곳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지금도 무려 27%가 부적격으로 돼 있다”며 “이것을 취수, 식수, 뱃길로 따로 하기 위해 중간에 벽을 만든다고 했는데 언제 어떻게 어떤 기술로 몇 년을 걸려서 얼마의 돈을 들일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는 기본적으로 친환경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수질·수량 모든 문제에 있어서 개선을 가져온다”며 “먹는 물 문제도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서 오히려 제대로 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수원을 북한강 쪽으로 옮겨서 새로 만들고 소위 가장 친환경적인 식수원 제공법이라고 알려진 강변취수법을 사용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그런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며 “상수원 주변의 일정한 영역은 수로를 두개로 나눠서 배가 다닐 수 있는 수로와 별도의 수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꼼꼼하게 훑어보지 않으면 대개 상식적인 의문에서 그것을 바로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며 “환경단체 사람들도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우리 계획을 꼼꼼하게 훑어본 사람들은 속속 한반도 대운하가 정말 환경을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환경단체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실명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대운하 논쟁’ 청계천으로 불똥
    “청계천도 해냈다”에 “운하에 비하면 장난감”


    토론 중 이 전 시장의 ‘업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사업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박 의원은 “청계천 사업을 할 때 약 80% 이상의 사람들이 아주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공기 내에 이뤘다”며 “물은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 한반도 대운하야 말로 우리가 갈수기에 물 부족 현상, 홍수기에 물이 넘치는 현상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갑문을 이용해 홍수조절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우리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계천도 우리가 공약으로 했지만 실현하는 과정에서 청계천 주변 상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의원은 “운하 얘기를 하면 청계천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어쨌다고 하는데 청계천은 이 운하에 비하면 장난감에 불과하다”며 “청계천을 서울시민과 국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짧은 구간에서 많은 효과를 내고 있지만 취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식수를 거기서 공급하는 것도 아니다. 청계천을 운하로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청계천을 만들 때 그 주변에 있던 노점상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 동대문 운동장에 가려 놓은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박 의원은 “100가지 이점이 있고 한 가지 의문점이 있을 때 그 한가지 의문을 점을 해결해야지 그 의문점 때문에 100가지 이점을 가진 미래지향적 사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하려 했지만 한 의원이 “기름이 유출돼 식수가 오염됐는데 공기가 좋아진다, 관광객 60만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따지느냐”고 말을 자르고 나서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박측 “물류 운송 4일 걸려, 경제적 타당성 전혀 없다” 
    이측 “24시간이 목표, 컴퓨터로 갑문 제어해 시간 최소화”

    사회자의 ‘개입’으로 논쟁의 쟁점이 운하의 효율성으로 옮겨가면서 두 의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한 의원은 “경인운하 총사업비는 1조8000억원이고 한반도대운하를 만드는데는 14조원이다. 물류 비중이 20%인데 50km이상의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초등학교 아이가 수학을 배우더라도 풀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경제적 타당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는데 건설 토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며 “독일 마인도나우운하도 평균 속도가 시속 13km다. 경부운하의 경우 이 속도로 500km를 간다면 3일이 걸리고 여기에 갑문을 통과하고 뭐하면 4일이다. 이렇게 느릿느릿하게 21세기 물류를 해결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우리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24시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최첨단 IT기술을 통한 토목이다. 배가 오고 가는 것도 전체적으로 컴퓨터로 제어될 수 있고 갑문도 컴퓨터로 제어된다. 그래서 갑문을 통과하는 속도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안들이 마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운하를 통해 건네지는 화물은 속도를 요하는 화물이 아니라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화물이다. 시간을 정확히 지켜주는 게 중요한 거지 몇 시간 빨리 간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결빙으로 인해 운하가 운항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에 대해 박 의원은 “96년도 수자원 공사 보고서가 잘못된 보고서인데 결빙기간을 90일로 잡았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결빙되는 구간들이 몇 군데 있는데 15일에서 20일 정도다”며 “배가 다니는 길은 결빙이 잘 안된다. 어쨌든 간에 결빙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