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로비 앞.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선 대리인을 맡아 활동하던 김재원 의원과 박형준 의원이 우연히 마주쳤다. 서로를 본 두 의원 모두 표정은 어색했다. 두 의원 모두 서로를 보자 일단 고개부터 숙였다. 그리고 두 의원은 간단한 수인사만 나눈 채 아무말 없이 등을 돌렸다.

    두 의원은 경선룰 합의를 위해 2007 국민승리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활동과정에서 쌓인 앙금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아직 경선룰의 세부조항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연락을 할 법도 하지만 두 의원은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경선의 세부조항을 두고 양측은 매번 부딪친다. "합의했다" "그런 적 없다"면서 서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의원 모두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두 의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양 캠프 별 의원들 사이에는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다. 모 의원은 상대진영의 특정 의원이 TV나 라디오 토론회에 나올 경우 토론회 자체를 거부한다. 상대진영의 의원도 이런 소문을 접하고 "나도 하고싶지 않다"고 받아친다. 그러면서 "그 사람은 맨날 뒤에가서 딴 소리 한다."고 비판한다.

    특정의원과의 토론회를 거부하는 모 의원에게 이유를 물으면 "같이 지저분해 지기 싫다." "격이 떨어진다." 등의 말을 하며 불쾌해한다. 상대 캠프 의원의 언론 인터뷰의 내용 중 과격한 발언이 나올 경우 취재진 앞에서 곧바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양측의 비난 수위가 높아져 이제 웬만한 공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 원래 그렇잖아." "예전부터 그랬어." "그 사람이 나 싫어하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일일이 대꾸할 필요있나" 등의 반응까지 나온다.

    상대 캠프의 특정 의원과의 관계를 물으면 "나쁘지 않다. 친하게 지냈었다"라고 답하지만 정작 대면하기도 싫어한다. 몇달동안 연락 한 번 안하고 만나지도 않았다는 의원도 있다. 양 캠프 모두 상대 진영에 대한 불신이 커 "둘이 대화할 때도 대화 내용을 일일이 적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처럼 양 캠프가 서로를 원수처럼 대하자 앙금을 풀기 위해 권영세 최고위원의 초청 형식으로 양 캠프의 핵심 측근 의원들의 회동을 준비했으나 이 마저도 무산됐다. 당초 이 전 시장 측의 정두언, 주호영, 박형준, 정종복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유승민, 최경환, 김재원, 유정복 의원이 25일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회동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사전에 만남이 공개되면서 양 진영 모두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회동을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의 성격도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캠프 합류전 '당이 최우선이다' '같은 당 의원끼리 싸우면 되나'라고 말하던 의원들에게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질문을 던지면 "저쪽에서 지저분하게 하잖아. 그럼 어쩌겠어. 매번 지저분하게 플레이 하는데…"라고 반박한다.  

    오는 8월 경선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든 박근혜 전 대표든 한 사람은 승자가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한 사람은 패자가 되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이 때 그동안 '견원지간'이 되어 사투를 벌여온 양 캠프의 의원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