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이기고 있는 사람이 손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3일 경주를 방문, 민심행보를 재개했다.

    긴 고심 끝에 '대승적 화합'을 선택, 강재섭 체제를 인정한 이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한 정치권의 '득실계산'에 대해 "이기고 있는 사람이 손해봐야한다"고 가볍게 말했다. 농담투의 어조였지만, 결과적으로 '친박'성향인 것으로 알려진 강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선택이 박근혜 전 대표에 득이 되지않겠느냐는 일부 시각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쳐진다.

    경주 석탈해왕릉에서 열리는 경주 이씨 종친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시각 서울을 출발한 이 전 시장은 비행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또 강 대표의 '양 대선주자가 반대하더라도 지도부가 결정한 경선룰을 밀어부칠 것'이라는 입장에 대해 '바른 방법이면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이 박 전 대표에 두배가량 앞선 것으로 조사,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다른 여론조사와 방식이 다르다"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쇄신안을 받아들이는 고민과정에서 '개혁을 위해 정면돌파 해야한다'고 요구해온 캠프내 강경기류에 대해서도 "납득시켜야죠"라고 답했다.

    쇄신안에 강력히 반발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날 이 전 시장의 지방일정에 처음 동행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 최고위원은 종친회 참석을 이유로, 이방호 이병석 의원과 함께 이 전 시장의 일정을 함께 했다. 그러나 당이 수습국면으로 전환된 이후 열리는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모습은 아직 강 대표 체제에 앙금이 남아있음을 짐작케했다.

    이 최고위원은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응대없이 웃음으로만 답했다. 불국사 방문에서 이 최고위원은 "우리 후보를 취재해주시라"며 질문공세를 피해갔다. 부인 김윤옥 여사도 지난해 이 전 시장의 고향 포항방문 이래로 오랜만에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한편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과 이 전 시장 일행은 최근 극락전 현판 뒤에서 발견된 '복돼지상'을 보여주며 덕담을 나눴다. "돼지 어디를 잡아야 몰고 갈 수 있느냐"는 주호영 의원의 물음에 '꼬리'라고 답하자, 김 여사는 "꼬리를 잡아보시라"고 이 전 시장에 권하기도 했다. 성타스님은 "돼지는 뒷걸음 치지않는다"며 이 전 시장의 이미지와 비교하기도 했다. 성타스님은 또 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 일하시라"며 복돼지 모형을 선물했다. 서유기의 저팔계 원뜻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뜻을 가졌으며, 복돼지가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설명에 이 전 시장은 "나한테 악귀가 많다"며 만져 최근 고뇌를 드러냈다.

    이날 이 전 시장은 불국사 방문에 경주시민 체육대회, 경주 이씨 표암시조 향사에 참석한 뒤 경산으로 이동, 뉴라이트 희망전진대회에서 축사를 할 예정이다.[=경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