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 재보선 공천잡음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당 소장파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깨끗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 소장파들이 공천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점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당사상 유례없는 당 사무처 파업사태까지 몰고온 경기 화성 국회의원선거 공천과정에는 남경필 의원의 개입설이 거론된다. 5일 사무처노조는 성명을 내고 "공천에 관여해서는 안되는 도당위원장이 권한 밖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화성이 전략지역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추가공모를 통해 편법으로 밀실공천을 자행했다"며 남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노조는 또 "최고위원회는 재심의를 통해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고, 밀실공천에 관여한 남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직을 사퇴해라"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실을 점거, 농성에 돌입한 한 사무처 당직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편법 밀실공천은 당의 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이번 파업을 계기로 이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당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사무처의 농성은 지도부가 여론조사 1위로 나타난 사무처 출신의 후보가 아닌 고희선 농우바이오 회장을 화성 보궐선거 후보로 결정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고 회장은 원래 1차 공천신청자에 들어있지도 않았지만 지난달 추가공모에서 끼어들었다. 고 회장은 남 의원의 후원회장을 지낸 인물로, 공천과정에 남 의원의 추천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의원은 "내가 고 회장을 밀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박했지만 사무처의 반발은 간단히 풀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남경필, 화성 국회의원 밀실공천 책임론…당 사무처 "도당위원장 사퇴해야"
    원희룡, 작년 '공천 책임론'이어 '또'…여론조사서도 무소속에 뒤져

    서울 양천구청장 재선거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도 소장파의 수장격인 원희룡 의원의 개입설이 파다하다. 당초 쉽게 한나라당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추재엽 전 구청장의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추 전 청장이 한나라당 여타 주자들에 비해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지난 지방선거에서 추 전 청장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이 후보를 선택하면서 '정치적 생명'까지 내걸었던 원 의원으로서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원 의원에게는 구속된 이훈구씨에 대한 부적절한 공천 책임문제도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구청장에 당선된 이 후보가 이내 '대리시험 파문'으로 구속됐으며, 공천잡음으로 지역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사태까지 벌어졌었다.

    원 의원과 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애초에는 오경훈 양천을 당협위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에 다른 후보로 바뀌면서 공천심사위원회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출마를 결심했던 오 위원장은 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추 전 청장이 나서게 되면서 다른 후보들을 넣어보니 '견적'이 안나오더라. 어떤 식이든 빨리 결정돼야한다"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오 위원장은 "기초단체장이지만 서울에서 진다면 강 대표 체제의 안정성에도 손상이 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추 전 청장은 "사랑하는 정당으로부터 공천은 커녕, 경선도 한 번 못해보고 비리구청장이라는 누명까지 쓰고 쫓겨났었다"며 "개혁적이라고 자처하는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측근을 공천하려고 나를 기업인에게 돈 받은 비리구청장이란 누명을 씌웠다"며 원 의원을 대척점에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