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1일 사설 '대북업자가 남북정상회담합의됐었다는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를 북측 이호남 참사에게 소개한 권오홍씨가 30일 기자회견에서 “작년 10월 21일 아침 8시 남북 간에 특사와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특사는 이해찬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 북측 이 참사가 베이징에서 만나 이렇게 합의했는데, 그 직후 이 사실이 어느 인터넷신문에 나오는 바람에 무산됐다는 것이다.

    권씨는 대북 사업자다. 2001년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에 들어가 구속됐고 남북협력사업자 자격이 취소됐다. 2002년엔 북한주민 접촉승인도 말소됐다. 대북사업을 하다 2004년엔 자금 유용 등의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씨는 “베이징회담 후 내가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올렸고 대통령이 읽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화영 의원이 대통령을 만나고 작년 12월 나와 평양에 가서 대통령 말을 전달했다”고도 했다. 권씨는 “평양에서 이 의원은 대통령 말을 메모한 수첩을 꺼내놓고 읽었다”고 했다. 대통령 말은 북측에 특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권씨의 말은 전체가 허구라고 보기엔 상당히 구체적이다. 그동안 밝혀진 사실에 권씨 말을 덧붙이면 그림이 대강 그려진다. 최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도 딱 들어맞는 그림의 한 조각이다. 이화영 의원은 평양에 가기 전 대통령과 만났다는 권씨 말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하고 있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이번 일과 관련해 거짓말이 쌓인 상태다.

    북측 사람을 만난 안희정씨나 권씨는 남북교류협력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했다. 안씨는 법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도 정부를 대표해 북한과 교섭할 수 없다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도 위반했다. 이 법은 이 정권이 만들었다. 권씨 말대로라면 이화영 의원도 법에 의하지 않고는 북한에 정부 입장을 전달할 수 없다는 이 법을 위반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북 거래가 무법지대에서 벌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조직법상 국가기관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사실상 허수아비였다. 국민세금 수백억, 수천억원을 쓰는 국가정보원, 외교통상부, 통일부, 청와대 안보실 등을 허수아비로 만든 사람은 이름도 생소한 사업자 한 사람이었다. 이런 일들이 다른 때도 아니고 북이 핵실험을 한 직후에 벌어졌다. 나라가 아니라 어디 뒷골목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다. 이 황당한 사건의 총책임자가 누군가. 바로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실로 책임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