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내에서 김근태 의장을 좌장으로 한 재야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2일 김 의장계가 공동보조를 취해오던 당내 통합신당파에 모임에 불참한 데 이어 이날 저녁에는 김 의장계인 정봉주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정치권 논의와 관련해 한나라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언급하며 "개헌이라는 화두와 아젠다를 갖고 한나라당을 과감히 뛰쳐나와서 오픈된 논의를 하려는 결단력이 (이 시점에서)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재야파의 움직임과 정 의원이 이같은 발언은 김 의장계가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노선 차이를 나타내는 등의 상황과 맞물려, 김 의장계가 개헌 논의를 시발로 손 전 지사를 끌여들어 정계개편 주도권을 잡으려는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의원은 이날 저녁 CBS 라디오 시사프로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한나라당 내에서 중도개혁 목소리를 내는 손학규 후보가 (개헌) 논의를 묵살할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라는 틀 내에서 충분히 정치적 역량을 키워왔지만 한나라당의 수구보수적 컬러와 손 전 지사는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손 전 지사가) 이 시점에서 개헌이라는 화두와 아젠다를 갖고 한나라당을 과감히 뛰쳐나와서 오픈된 논의를 하려는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렇게 되면 열린당도 정체성을 같이 하는 분들과 헤쳐모여 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한나라당도 당선을 위해 정체성을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족집단처럼 모인 형식은 옳지 않다. 이제는 한나라당도 헤쳐모여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우리 정치가 더 선진적으로 가려면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 4년 연임제로 가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든 열린당이든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정체성이 같은 색깔을 가진 분들이 이제는 이 문제를 충분히 토론하면서 헤쳐모여를 할 시점이 됐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이와 함께 당내 통합신당추진 논의와 관련한 통합신당파 내부의 개혁 대 실용 갈등에 대해서는 “통합신당은 개혁이냐 실용이냐를 따질 게 아니라 개혁과 실용이 좌우 양 날개로 같이 날라줘야만 제대로 갈 수 있다”면서 “실용과 개혁은 상호비판적인 게 아니라 상호보완제 역할이 돼야 하는데, 중도 실용 목소리를 내는 일부 의원들이 ‘개혁적인 목소리는 좌파다. 개혁 때문에 열린당이 망했다’고 하는 건 같이 하는 동지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통합신당파와 공동보조를 맞춰오던 김 의장계의 재야파는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 의장을 ‘좌파’라고 비난한 데 이어 통합신당 추진의 전제로 ‘김 의장의 2선후퇴’ 등의 목소리가 통합신당파 내부에서 본격화하자 12일 통합신당파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의장계의 통합신당파 이탈이 조심스럽게 예상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 발언에 대해 "김 의장을 주축으로 한 재야파가 통합신당파 내부의 개혁 대 실용의 논쟁에 부닥쳐 수세에 몰리자 '개헌 제안'을 활용해 한나라당의 일부 개혁세력을 끌여들어 향후 정계개편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아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심산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