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아침시사프로에서 북한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져있는 김명철의 "전쟁밖에 없다"는 대국민 협박과 폭언을 여과없이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KBS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12일 오전 거의 같은 시각, 김명철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김명철은 라디오 전파을 타고 "한반도에서 전쟁확대할 수 있다" "뉴욕, 도쿄도 불바다가 된다" "진짜로 한번 해보자" 등의 협박을 내뱉았고, 이는 그대로 방송됐다. 일본에 거주중인 김명철은 조미평화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손석희씨는 "김정일이 직접 '나의 의중을 잘 이해한다'고 말한 사람"으로 김명철을 소개했다.

    KBS·MBC, '김정일 비공식 대변인' 김명철 '대국민 협박' 그대로 내보내
    손석희 "고민했지만, 북 강경파 정서파악 도움될 것 같아 방송했다"

    김명철은 양측 방송에서 '북의 핵실험은 대북제재에 대한 자위적 수단이며, 미국의 압력이 더해지면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북 외무성 주장을 그대로 강변한 뒤, "핵실험을 가짜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보여주겠다"며 심지어 "수소폭탄도 갖고 있으니 보여주자는 것이 북의 주장"이라고 위협했다. 김명철은 또 "우리가 핵실험에 성공했으니 단군, 주몽, 이순신 장군 등 모든 조상이 좋아하고 기뻐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에게 축전을 보내야된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명철은 "미국이 대결상태를 그만두지 않으면 대화는 필요없다"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우리를 제재하겠다면 전쟁해야되지 않겠느냐" "우리는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한반도는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등 마치 북의 선전방송에나 나올법한 망발을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떠들었다. 김명철은 자신의 주장이 "북한 지도부의 입장"이라며 "수시로 북한 지도부 '높은 급'과 연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 "정부 태도부족에서 기인" "공영방송이 국민들 불안에 떨게 했다"
    시민반응 "아침부터 김정일 교시받으라는 거냐"

    공영방송의 이같은 보도행태에 학계는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우룡 교수는 "김정일과 같은 북의 당국자도 아닌 사람이 하는 폭언을 여과없이 공영방송사에서 내보낸 것은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이런 관계자와의 인터뷰가 사실여부를 떠나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부족하고 마치 북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이 정부여당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림대 유재천 교수도 "책임있는 관계자의 말도 아닌 것을 아침방송에서 가감없이 내보낸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공영방송이 국민들을 쓸데없는 불안에 떨도록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도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 KBS 홈페이지 게시판의 최상국씨는 "북의 대변인같은 사람이 나와서 북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선전, 선동했다"며 "인터뷰 내용의 진위를 떠나 공영방송은 좀더 신중해야했다"고 말했다. 하태진씨(45, 가명)는 "공영방송에서 김정일 교시를 내린 거냐"며 "아침 출근길에 전쟁위협이나 받고 불안에 떨어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했다.

    방송에 앞서 손씨는 "이 인터뷰는 새벽에 녹음으로 진행됐다"며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요지의 강한 발언들이 나왔는데 물론 다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어렵지만, 어찌됐든 이것이 북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손씨는 "솔직히 말해 인터뷰를 녹음해놓고 이걸 방송에 그대로 다 내야하나 고민도 했지만 나름대로 북 지도부, 그중에서도 강경파의 정서를 짚어보는데 도움이 될 것같아 가감없이 내보낸다"고 변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