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호남구애가 적극적이다. 출범한지 한달 만에 호남만 세번을 찾았다. 9일과 10일엔 이례적으로 지역정책간담회까지 개최했고 대표취임 한달 기자회견도 광주에서 열었다.

    '이벤트성 방문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강 대표 측은 고개를 젓는다. 이처럼 강 대표가 시작부터 호남구애에 적극적인 것은 차기 대선에서 호남의 중요성이 크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자신에 대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읽힌다.

    '카리스마가 없고 당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강 대표로선 이런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는 굵직한 성과물이 필요하고 가장 효과적인 성과물이 '호남의 지지율 상승'이란 것이다. 호남 지지율 상승은 박근혜 전 대표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강 대표가 '호남구애'로 호남의 지지율 상승이 이뤄진다면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정당 출신인 강 대표는 10일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개적으로 호남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날은 자신의 대표취임 한 달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당내에서 호남에 대한 '대국민사과'목소리가 제기되고 박근혜 전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에 대해 사과한 적은 있으나 당 차원에서 호남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식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대표는 "당의 최종책임을 맡고 있는 당 대표로서 민정당 시절부터 시작해 5선에 이르기까지 정치경력을 갖고 있는 제가 (대국민 사과의)최적임자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보면 호남 분들의 우리 한나라당에 대한 섭섭함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호남선 복선화에 36년이 걸렸고 광주-목표 고속화도로 완공까지 17년이나 걸렸다. 인재발굴과 활용면에서도 과거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말한 뒤 "그 외에도 반성할 일이 많지만 지금부터 정말 잘 해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호남껴안기를 한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호남을 껴안을 오만한 자세에 있지 않다"며 "감히 호남을 껴안는다는 말을 쓰지 않겠다. 호남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호남의 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열심히 할 테니 다른 정당 못지않게 우리도 사랑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 대표는 호남지지율 상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잦은 호남방문을 예고하기도 했다. 9월과 10월에도 광주를 방문해 당정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지역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 대표는 광주시의 주요 현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위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에 대해 "우여곡절 끝에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위해 얼마든지 협조하겠다"며 "관계부처와 이견조정만 잘해준다면 우리가 법이 통과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 '호남고속철 건설'에 대해서도 "호남고속철의 조기공사에 동의하고 한시라도 빨리 조기건설이 착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호남구애의 진정성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전남 여수 수해현장을 선택했고 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호남 광역단체장과 릴레이 당정협의를 갖고 현안사업에 관해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또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도 이곳 광주에서 열고있고 지명직 최고위원, 대표비서실 부실장 두명과 중앙당 각종 위원회에 호남 인사를 대거 기용했다"며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의 30%정도는 호남 출신을 기용하겠다"고 역설했다.

    강 대표의 이런 호남구애는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강운동인 '참정치 운동본부' 등을 통해 박근혜색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색깔을 채우고 있는 강 대표의 '호남 대국민 사과' 에 대해 당 일각에선 '박 전 대표를 의식한 행동'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 대표는 호남 대국민사과와 관련,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의 원로들과 사전에 의견을 나눴느냐'는 질문에 "최고위원들과만 의견을 나눴다. 이런 일에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고 말한 뒤 "(이제껏)용기가 없어 못한 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의식한 발언이란 오해를 살 수 있는 답변을 했다.  

    한편 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발언에 대해 "작통권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한 뒤 "노 대통령이 작통권 조기 이양을 위해 그동안 준비한 것이 무엇이냐"며 "노 대통령은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역(逆)안보장사'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대통령의 국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일하고 국가 안보를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게 생각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이면 사실상 임기가 끝난다. 2009년이나 2012년에는 대통령이 아닌 야인이다. 그런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이 문제를 마치 전권을 가진 것처럼 함부로 말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정책청문회를 열고 필요하다면 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며 영수회담 제의 가능성도 밝혔다.[=광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