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자 오피니언면에 한세억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금은 지식시대이다. 지식사회가 진전되면서 소비자는 똑똑해지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요구에 맞춰 실천적 성찰과 혁신을 통해 저마다 지능수준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정부는 우둔하다. 사람으로 치면 정부는 수립 이후 58세의 연륜을 갖는다. 하지만 행태는 세 살 수준이다. 정부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있고 첨단기술의 바탕에서 지식정부를 도모하고 있으며 그럴 가능성도 충분한데, 왜 이 지경일까? 단언컨대 정부의 CPU(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하는 정권의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이 분명하다. 부족한 것은 채울 수 있다지만 아예 없기에 어떤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없다. 이렇듯 필요한 것이 결여된 정권에 의해 작동되는 정부 모습은 어떠한가?

    무례(無禮)하다. 국가원로의 훈계를 핀잔으로 여기며 ‘보수’라 몰아붙이는 행태에서 예의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막돼먹은 싸가지 없는 정권으로 인식되면서 건달정부로 비쳤다.

    무지(無知)하다. 경험적 지식과 교훈을 수구라 갈라놓은 채 잘잘못과 옮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드러냈다. 그래서 무식한 정권으로 인식되면서 치매정부로 보였다.

    무모(無謀)하다. 아무 데나 마구 쏘아대는 대포처럼 좌충우돌한다. 뭐든 자신의 결정은 국민과 기업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한 폼생폼사 정권에 의한 막무가내 정부 모습을 드러냈다.

    무능(無能)하다. 해야 할 것은 제대로 못하며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골몰한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키고 미래를 더욱 불안케 하기에 무기력 정권으로 인식되며 아마추어 정부로 평가된다.

    무책임(無責任)하다. 잘못과 실패가 반복되지만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국민과 기업의 먹고사는 절박한 문제는 외면하고 변명과 이념에 얽매인 철면피 정권으로, 모르쇠 정부로 인식된다.

    무소신(無所信)이다. 이전 것은 청산대상이며 축적된 경험과 연륜이 없기에 외국 모델 및 보고서를 흉내 내는 실험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선무당 정권에 의한 견강부회적 정부로 판단된다.

    무성찰(無省察)이다. 자신을 살피지 못한 채 질책과 비판, 우려에 귀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국민과 기업을 원망하며 심지어 바보 취급하며 호통치는 독선정권의 오만한 정부를 드러냈다.

    무절제(無節制)하다. 위임받은 한시적 권력이 마치 절대적인 양, 그 기능과 언행에서 주권자를 위협한다. 무분별한 간섭과 규제를 양산하는 위원회공화국으로 인식되며 참견정부로 보였다.

    무감각(無感覺)하다. 서비스대상인 국민과 기업의 자극에 둔감하여 그 아픔과 불편을 인식하지 못하며 무반응인 채 말만 무성한 나토(Not Action Talk Only)정권의 설교정부로 나타났다.

    무성숙(無成孰)하다. 국민을 감싸고 북돋우며 기쁨을 주기보다는 받을 줄만 알고, 이해하기보다 이해시키려 투정하며, 이념계층 간 편가르기를 일삼는 코드 정권에 의한 독불장군 정부로 인식된다.

    이런 증상은 비단 세 살 아이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정치(정권) 행정(정부) 현상에서 쉽게 드러난다. 지식화를 거스르는 우매의 극치를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오염되고 불결한 지식에 의한 정책의 폐해가 한없이 커가고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정결하지 못한 지식이 꼼수나 계략으로 변질되는 순간적 발상으로 재미를 본 정권에 의해 작동되는 정부에 무엇인가를 소망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짓일지 모른다. 똑똑한 국민과 지능적 기업들이 현재의 고통과 고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10무 정권에 의해 작동되는 정부의 학습된 무기력증(無氣力症)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