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대표 임기가 끝나는 7월이면 한나라당 대권주자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해야 하는 박근혜 대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 대표로 참석한 9일 관훈토론회에 임하는 박 대표의 모습에는 대권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대선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5·31지방선거 압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함께 2년여의 당 대표 임기동안 자신이 이룬 ‘업적’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특히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득권 양보하고 이명박 밀어주는게 겸양지덕이냐”

    박 대표는 “대표를 맡은 후 할 일이 많았지만 민주적이고 공적인 시스템 정착, 정치권 부정부패 근절, 탈정치의 정치로 정치문화를 우선적으로 바꾸고자 했다”며 당내에서 표출되는 이견은 리더십 부재가 아닌 정치개혁의 한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당 대표로서 지난 2년간 한일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를 하는 동안 여당이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왔다. 민생문제와 상관없는 중상모략도 많았다”며 “일일이 대꾸하고 싸웠으면 국민들이 고통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과거보다는 국민들과 상관없는 일로 싸우는 것은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당보다 정책정당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공약과 관련된 책까지 냈다. 검토해보니 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 중 39%를 지켰고 나머지도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1인이나 몇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며 “한나라당은 이제 분권화 됐고 인사·공천·재정 모든 것을 공적 시스템에 의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론도 한두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 총회를 통해 100% 자율권을 갖고 자유롭게 말한 뒤 결정하는 정당이 됐다”며 “누가 다음 당 대표가 되든 과거와 같은 밀실정치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나라당이 민주화됐고 그 일을 자신이 해냈다는 것이다.

    그는 “(여당) 발목 잡으면서 싸우는 것은 줄었지만 지켜야 하는 노선은 반드시 지켰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의도 영수회담을 통해 단호하게 반대했다. 대표로서 분명하게 책임지고 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는 “지금까지 대표가 누려왔던 기득권은 다 버렸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도 정당사상 처음으로 시·도당에서 지역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가지고 있는 기득권은 이미 다 버렸고 그렇게 해야 정당 개혁이 시작된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항상 등장하는 ‘전투복 논란’에 대해 “치마를 입었는지 바지를 입었는지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고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치마를 입었는지 여부에 관심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2004년 12월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아낸 2주간 법사위 농성 때는 치마만 입었지만 결국 막아냈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고 뒤에 밀어주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발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이 겸양지덕이 되겠느냐. 경선 룰이 있기 때문에 참여할 사람은 자유롭게 참여해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이기면 대선에 나가고 지면 승복하고 그러는 것이다. 그런 것이 겸양지덕에 해당하는지 모르겠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대권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가 20% 반영되는 당내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이 이 시장 보다는 박 대표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그런 규정을 정해 놨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가지만 대게 큰 차이 없이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이 합쳐져 조화를 이룬 결과가 나올 것이다. 당원도 국민이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완승 한나라당에 독 아닌 약”

    박 대표는 또한 이번 지방선거를 노무현 정권 3년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규정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완승이 대선에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고 해서 대선에 독이나 장애요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상할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완승으로 자만하기에는 너무나 뼈아픈 경험을 했다.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면 어떤 아픔이 오는지 한나라당만큼 겪은 당은 없을 것이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선거는 치를수록 국민 앞에 더 겸손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반박했다. 지난 4·15총선에서 당을 ‘탄핵 위기’에서 건져내고 그 이후 있었던 몇 번의 재보궐선거에서 당에 완승을 안긴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그는 “어떤 선거든 쉬운 선거는 없다. 작년 재보궐 선거에서 23 대 0 으로 이겼지만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한 선거가 많았다”며 “모든 정성을 다해서 임하고 국민 신뢰를 받게 되더라도 정권에 대한 심판과 정권 교체 요청이 크다는 것이기에 더 무거운 책임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서 사명을 이뤄야 한다는 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정치에는 오랫동안 뿌리 깊게 지속돼 온 선거비리, 공천비리, 공직비리라는 3가지 잘못이 있는데 선거비리는 ‘오세훈 선거법’으로 상당부분 깨끗해졌다”면서 “우리 손으로 당 중진 의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앞으로도 10명, 20명의 국회의원을 잃더라도 단호히 척결해서 우리 정치에서 공천 비리가 발붙일 수 없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직비리는 정권을 교체해서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이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대통령선거는 이 정권을 교체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 차라리 열린당과 합당해라"

    이날 토론회에서 박 대표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주민소환법 등도 함께 직권 상정하는 조건으로 열린우리당과 공조해 부동산대책 법안 등 6개 법안 국회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박 대표는 “여러 차례 정략적으로 태도를 바꾸는 민노당이 개탄스럽다”며 “그렇게 하려면 열린당과 합당을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민노당의 요구로 국회를 통과한 주민소환법에 우려를 나타내며 6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소환제는 한나라당도 찬성하는 법안이지만 처음 시도하는 법안인데도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국회를 통과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소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 당이나 낙선자가 큰 이유 없이 자치단체장을 흔들 수 있어 소신이 필요한 행정을 진행하는 데 용기를 낼 수 없게 된다”며 “소환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와 함께 요건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토도 제대로 안한 법안이 넘어 와 김원기 국회의장까지도 직권 상정은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민노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여당이 통과시켰다”며 “무책임한 여당”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또한 대추리 사태와 관련, “과격 시위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 중 지역 주민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이 아닌 미군 철수를 원하는 반미 단체들이 이것을 빌미로 그 지역에 들어가 과격 시위를 하는 것으로 시위 내용이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반미시위로 변질되기 전에 잘못된 시위에 대해 막았어야 했는데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검거한 시위자들 중에서도 핵심인사가 빠졌는데 법집행을 제대로 할 의지가 있는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