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 중수부의 갑작스런 현대차 본사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으로 정치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금융계의 '마당발'로 통했던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은 '김재록 게이트'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더욱 긴장된 모습이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터진 검찰의 대형수사에 어떤 포석이 깔려있을지를 계산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열린우리당의 호남공략을 위해 DJ와 민주당을 겨냥한 수사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은 김재록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도 DJ 정부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상열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원래 김씨의 구속사유가 됐던 신촌 민자역사 대출관련 리베이트나 부천 중동지역 쇼핑몰 업체 리베이트 수수의혹은 작년 일로 모두 현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열린당은 마치 김재록 사건이 '국민의 정부' 시절 일로 치부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검찰수사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세우며 진위 파악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일단 상황과 사건의 전개과정 등에 대한 자료수집에 총력을 기울이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김재록 게이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세에 몰린 여권이 분위기 반전을 꾀할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자체 진상조사단 구성도 추진할 계획을 세우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집된 정보가 부족해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는 형국. 또 이번 사건이 호남공략을 위한 여권의 계획된 수사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도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여러가지 떠도는 말들을 주워담는 입장"이라며 "당의 전략을 짜고 있기 때문에 내 주관적인 판단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 본부장은 민주당을 겨냥한 수사라는 의혹에 대해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검찰수사는 여권의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어도 서너개 정도의 목적은 깔려있다고 보고 그 중 하나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완전히 고사시키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들에게 '민주당을 지지하면 사표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그러나 지금으로선 가늠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계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가 당황스러운 것은 꼭 선거를 앞두고 왜 갑자기 이런 권력비리 사건 수사를 진행하게 되었는가, 또 평소에 가만히 있다가 선거철이 되면 이상한 사건이 터지는 것은 이해 못할 일"이라며 검찰수사에 강한 의혹을 내비쳤다.

    이 대변인은 이어 "수사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두고 볼일이겠지만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며 "못 알아들을까봐 한마디 덧붙이자면, 열린당이 호남에서 고전하자 민주당을 겨냥한 의도된 검찰수사는 아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