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무효투쟁에 당력을 집중하며 거리로 나선 가운데 소신발언으로 당내에서 ‘이단아’로까지 불리는 고진화 의원이 13일 사학법 문제가 이념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고 의원은 이날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사학법이 국회를 통과했던 지난 9일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을 지적한 뒤 “임기 절반 정도를 남겨둔 17대 국회, 여야의원 299명이 출범 초기에 다짐했던 상생과 화합을 서서히 잊어가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당시 본회의장에서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있었던 고 의원은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 대신, 대립과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조장했다”며 “지난 1년간 사학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지속하더니 결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도9 규모의 대지진을 일으켰으며 아직도 장외투쟁과 이념논쟁으로 진도6 규모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합의체의 역할을 포기한 이후 사학법에 대한 법리적인 갈등을 넘어 이제는 교단을 둘러싼 전교조와 사학단체와의 갈등, 이념성향에 대한 갈등으로 확대 재편되고 있다”며 “이것은 여야가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자신에 대한 지지층을 세력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전형적인 구시대적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사학법으로 전교조에 의한 사학 점령이 우려된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가치를 훼손한다고 반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농성, 날치기, 장외투쟁에 대해 사회적인 관용이 어느 정도 베풀어졌었지만 민주화가 진행되고 IT강국의 대열에 오르면서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인프라는 디지털, 네트워크화 됐지만 정작 사용자는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이번 사학법 논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회법 절차 생략과 관련된 국회의장 직권상정 논쟁, 본회의장에서의 몸싸움, 여야 간의 장외 설전 등 구태적인 국회에서의 모습과 시스템화된 디지털 국회의 모습은 너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또 “교육환경 개선과 깨끗한 사학재단 운영이라는 목표와 관계없이 빅딜론에 이끌려 온 사학법이 결국 국회파행이라는 대지진을 초래한 것”이라며 “빅딜론에 의한 대지진 이후 찾아온 강력한 여진은 바로 사학법의 본질을 떠난 구태적인 이념논쟁과 색깔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는 민의와 여론을 수렴해 불거진 갈등과 대립을 원내에서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정하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잠시 이를 망각하고 갈등을 세력화의 도구로 이용한다면 사학법 이후의 잡음은 더 이상 여진이 아니라 제2,3의 대지진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충고했다.

    고 의원은 강재섭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원내대표단의 협상 노력에 대해서는 여당과의 갈등을 조정하려는 작은 성과라고 칭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