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한 사람들이 열사가 되고 의사(義士)가 될 수 있느냐"

    빨치산과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 장기수가 '애국투사'로 변모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시의 한 사찰 내에 조성돼 있는 빨치산과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 묘역의 묘비에 '불굴의 통일 애국투사 묘역' '의사'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에서 북쪽 30km쯤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의 사찰 보광사 초입엔 가로 1m 세로 1m 크기의 '불굴의 통일 애국투사묘역'이라는 바위 표석이 서 있고 그 뒤로 30여평 규모의 추모공원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남파간첩 출신인 최남규·금재성씨와 빨치산 출신 류락진·정순덕·손윤규·정대철씨 등 비전향 장기수 6명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최남규씨의 묘비에는 '의사 故(고) 최남규 선생지묘'라고 적혀 있고 금재성씨 비석에는 '30년의 형옥 속에서도··· 빛나는 생을 마치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류석진씨 비석에는 '민족자주 조국통일의 한길에 평생을 바치신 선생님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빛나리라!'는 문구가, 정순덕씨의 묘비엔 '마지막 빨치산··· 돌아오소서!', 손윤규씨 위패에는 '애국통일열사 손윤규 선생, 조국통일을 위해 투쟁하시다가 비전향으로 옥중에서 생을 마친 열사! 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보광사에 마련된 이 추모공원은 지난 5월 불교단체 '실천불교전국승가회'(승가회)가 주도해 조성했다. 추모공원을 마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승가회 한 관계자는 "1999년 승가회 활동을 하던 당시 보광사 주지 효림 등이 사망한 비전향 장기수의 시신을 묻을 곳이 없다는 말을 듣고 사찰 내에 시신을 안치하도록 허락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로 비전향 장기수 무덤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데도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올해 5월 축대를 쌓고 잔디를 심고 진입로를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묘역이 조성된 옆길에 평일 50명, 주말 100명 정도의 등산객이 왕래하고 있다. 파주시 광탄면 주민 오모(48)씨는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무슨 공원인가 싶어 들렀다가 '말도 안 된다'며 돌아서곤 한다"고 말했다.

    위패 문구는 대부분 승가회·천주교장기수가족후원회·KNCC인권위 등이 모여 결성한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에서 만들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평소 그들의 사상과 발언 등을 요약해 작성한 것"이라며 "그들은 신념에 따라 평생을 산 사람들일 뿐, 우리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활동했다는 것은 일방적인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구부 자유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전복시키려 한 사람들이 어떻게 열사가 되고 의사가 될 수 있느냐"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린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