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동아리 대학마다 한두개씩...온라인 활동도 활발교내 이반클럽서 서로 교제...“문제는 우리 아닌 편견”
  • “당당한 소수로서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
    대학가에 동성애 바람이 심상치 않다.
    대학마다 성적소수자 동아리가 한 두 개씩 생기고 이들은 온라인세상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성애 동아리만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 남자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그린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청년필름
    ▲ 남자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그린 '후회하지 않아'의 한 장면ⓒ청년필름

    물론 일방적인 편견과 무관심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생 동성애 모임이 극히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공공연하게 회원을 모집하는 대자보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가 하면 온라인카페를 개방해 비회원들도 이들의 주장과 활동을 알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기도 하다.
    경희대의 한 관계자는 “동성애 관련 동아리가 아직까지는 특성상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점차 이들이 음지 아닌 양지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경희대만 해도 서울 경희대 이반모임과 서울 경희대 여성 이반 모임, 경기 경희대 이반 친목 카페 등 3개 인터넷 카페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1994년 레즈비언 인권단체 ‘끼리끼리’가 발족했고, 동성애자들을 지칭하는 ‘이반’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반’은 이성애자를 사회적 의미에서 ‘일반인’이라고 말하는 것에 착안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대학가 동성애 모임은 서울대 ‘마음001’과 연세대 ‘컴투게더’ 등이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타 대학들에도 동성애자 모임이 차례로 만들어졌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도 생겼다. 1996년 5월 최초의 레즈비언 바 ‘레스보스’가 문을 열었고, 신촌과 홍대 앞을 중심으로 다양한 레즈비언 업소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조화만이 사랑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여성과 여성과의 사랑도, 남성과 남성간의 사랑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성애는 자연발생적으로 어느 사회에서나 일정 비율로 항상 존재한다”며 “자신들은 바라보는 편견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C대에 재학 중인 다니는 A씨(25)는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 고교시절 이후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해온 그는 복학 후 교내 이반클럽에서 만난 B씨(22)와 1년 가까이 교제 중이다. 이들은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잘못 된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에선 공공연하게 캠퍼스 커플(CC)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대한 대학이라는 공간은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이 기지개를 펴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화여대의 레즈비언 동아리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는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레즈비언 문화제를 열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 관계자들은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소수자들 역시 피해의식 보다는 사회와의 소통 노력을 보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