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세느강 어설픈 흉내... 홍수 대피 훈련 '재난체험 행사'?
  •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와 팔당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져 잠수교 차량 통행이 지난 11일 통제됐다. ⓒ연합뉴스
    ▲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와 팔당댐 방류로 한강 수위가 높아져 잠수교 차량 통행이 지난 11일 통제됐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기획한 ‘잠수교 바캉스’ 행사를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사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25개 한강 다리 중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가장 많은 잠수교를 한여름 피서객들을 위해 모래사장으로 꾸미고 한강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는 다음달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간 개최된다.

    서울시 측은 810t 규모의 모래를 가져와 백사장을 조성하고 선베드와 파라솔 60개를 각각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경사로를 이용한 워터 슬라이드(150m)도 만든다. 곳곳에 각종 예술 및 공연행사도 마련한다.

    특히 행사 진행 과정에서 교통경찰·모범운전자 등 80여 명을 동원해 교량 주변 교통을 통제할 예정이다.

    모래 해변 조성에는 약 5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시민단체인 (사)서울산책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부담 3,000~4,000만원, 티켓팅(매표) 1억, 기업협찬 2~3억원으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가 기업으로부터 억대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고 이례적으로 교통을 통제하는 배경이 주목된다. 이 회사의 조경민 대표가 박원순 시장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조경민 대표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의 불씨를 키운 인물이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천개의 만장으로 탄핵될 때까지 국회를 포위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국회포위 만인행동이 이를 받아 들여 ‘1천개 노란 만장 국회 포위행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다음날 9일까지 시민들과 함께 1천개의 노란 만장을 들고 국회를 포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조경민 대표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2016년 서울역 고가 공원(서울로7017)을 추진하면서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만든 ‘고가산책단’의 대표도 역임했다.

    <뉴데일리>가 이 단체의 연혁을 살펴본 결과 서울시와 관계된 활동이 8개가 넘었다. 작년에 일어났던 ‘박원순 측근 특혜’, ‘박원순 거수기 역할’ 논란이 1년 뒤인 현재까지 진행 중인 셈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주찬식 서울시의원은 2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2016년) 서울산책 사무실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임대료도 못 내고 문도 잠겨있는 그야말로 서울시가 사주해서 만든 유령 민간단체로 판단된다”면서 “이런 회사가 5억원 규모로 잠수교에 해변을 조성하는 서울시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박원순 시장의 입김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최대 36시간까지 교량 주변을 교통 통제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 3일 동안 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면서 “박원순 시장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서울경찰청에서 허가를 해줄 리가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 전시 행정, 졸속 이벤트”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찬식 의원이 졸속 이벤트라고 평가한 배경에는 잠수교 양방향 교통 통제로 반포대교와 반포대로, 녹사평대로, 서빙고 등 혼잡이 예상되지만 국민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잠수교 바캉스’를 개장하려는 것에 있다.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잠수교를 달리던 버스 740번과 405번은 임시우회 노선으로 운행한다.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정류소도 임시 폐쇄된다.

    또 서안해양성기후인 프랑스 파리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7~8월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가 많아 기후 환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세느강변의 '파리 플라주'(매년 7~8월경 파리 센 강변에 조성되는 인공해변)를 본 떠서 잠수교에 모래 810t을 깔고 선베드와 파라솔을 각각 60개를 설치하려는 졸속 행정도, 비판을 받고 있다. 반포 잠수교 모래해변은 28일에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집중호우 예보로 2주 뒤에 열리기로 결정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찬종 서울시의원도 2016년 <조선pub>과 인터뷰에서 “‘서울산책’의 경우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깊이 개입이 돼 있다”면서 “서울시의 수탁기관이 되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해서 특정단체가 수탁한다면 특혜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서울산책이 ‘잠수교 바캉스’ 행사를 주관할 업체로 선정된 것에 대해 “박원순 시장과의 친분을 고려해서 결정한 적은 없다”면서 “기획성과 사업 규모 등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그동안 잠수교에서 국민들이 색다른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어왔다”면서 “‘서울산책’이 자부담과 티켓팅, 기업 후원을 받아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공간(잠수교) 사용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교통 통제 관련해서 “서울시가 서울경찰청에 허가를 받아 3일 동안 주변 교통가 이뤄지게 된 것”이라면서 “다른 한강 다리에 비해 잠수교를 이용하는 차량이 적고 휴가철이랑 겹쳐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현 서울산책 팀장은 “(저희 단체와 박원순 시장과 관계성에 대한) 얘기는 다음 주 해외 출장에서 복귀하는 대표와 통화를 하는 게 좋겠다”면서 “(서울산책은) 문화기획을 하는 시민단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작년 12월 달부터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여러 행사를 주관할 협력사를 찾아 사전 모집을 했다. 서울산책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서 이번에 ‘잠수교 바캉스’ 행사를 주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팀장은 “잠수교가 더 많은 시민들이 걷고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라는 뜻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잠수교가 시민들에게 보다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이 됐으면 하는 기대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자금 4,000~5,000만원과 이러한 취지에 공감을 한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후원을 해줘 행사자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각종 SNS나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잠수교 바캉스’ 행사를 둘러싼 시각차이가 공존했다.

    네이버 아이디 zero***는 “다산 콜센터 문의 결과 잠수교의 경우 자전거 도로도 통제 대상이라 통행이 불가하다”면서 “자전거 통행이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아이디 shun***은 “잠수교 3일간 교통 통제를 하고 바캉스 축제를 한다던데 그날 비가 오게 되면 잠길 텐데 재난체험하는 건가”라고 우려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 마카데미**는 “한강공원에 모래 깔면 되지, 왜 멀쩡한 다리를 막고…”라고 탄식했다. 

    아이디 소o*는 “매년 잠기는 곳인데 무슨 생각을 하면 저런 짓을”이라고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신발로 탑을 쌓더니 이번엔 다리에 모래를 뿌리는 서울시”라고 비판했다.

    반면 아이디 1adr****는 “세종시 호수공원 옆에 저렇게 모래랑 파라솔 만들고 뒤에 수영장 만들어서 사람들 놀고 있더라. 세종시 짱 좋음”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브라질*은 “80년대중반까지도 한강변 모래사장이었는데 한강 물에 줄로 경계선 만들어놓고 거기서 수영도 했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