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승마 지원이 최순실 때문에 변질”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 사건 최대 쟁점인 뇌물죄의 성립을 놓고 날선 법리 공방을 벌였다. 이에 따라 다음달 7일부터 열릴 공판에서도 이 부분이 재판의 흐름 전체를 가늠 짓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변호인단은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 一本主義)에 대한 검찰 측 의견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박영수 특검의 공소 제기 자체가 안고 있는 흠결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동시에 취했다. 검찰도 관련 대법원 판결을 제시하면서 변호인단의 반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특검 작성 공소장의 위법성 논란 역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변호인단은 이날 새벽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뇌물수수 관계가 성립한다는 언론기사 대부분에 대해 부동의 한다는 뜻을 밝혀, 언론 보도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와 변호인단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박영수 특검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는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먼저 검찰은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기재된 근거 판례는 이 사건 공소장과는 내용과 방식이 다른 사건의 경우이므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에 정황상 직접 인용으로 처리할 수 없는 내용을, 마치 직접 박 대통령이나 이 사건 관계자들이 발언한 것처럼 쌍 따옴표(“  ”)로 표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범죄구성요건에 대한 사실이나 범행 동기 등과 관련한 주요 간접사실 기재”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공소장은 기본적으로 증거조사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그 예로 “공소장 기재 중 피고인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의 문제메시지는 특검이 증거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원칙대로라면 이런 문자내용은 다름 증거조사에서 현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증거 인부(認否)를 거치치도 않은 상태에서 그 내용을 그대로 공소장에 인용한 것은, 명백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언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도 “해당 사건은 명예훼손이나 협박 등 불가피하게 그 내용의 인용이 필요한 예외적 경우”라며, “반면 이번 사건은 이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어제 늦게 제출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및 공소사실 불특정 관련 의견에 대해선 추후 반박의견을 다시 내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핵심항목인 뇌물공여죄의 성립여부를 두고, 다시 한 번 날선 공방을 벌였다.

    먼저 변호인단은 “뇌물공여 혐의의 쟁점은 ‘부정한 청탁의 존재’”라며, “대통령과 피고인이 3차례의 독대과정에서 특검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대가관계에 대한 합의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의 3차례 독대에서 단 한 번도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 사실이 없고, 이를 달리 입증할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주식 매각은 삼성이 원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났고, 특검이 부정한 청탁의 예로 적시한 각종 사업 추진은 실제 시도된 적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대통령에게 청탁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일방적·독단적 의견에 불과하다며, “개개의 항목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전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돼 온 일들”이라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피고인(이재용 부회장)이 최서원(최순실)의 존재와 대통령의 관계를 잘 알면서, 대가관계에 따라 미르재단 승마지원 영재센터지원 등을 한 것처럼 공소장에 적시했지만, 이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재단의 배후에 최서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뇌물혐의 입증을 위해 각별하게 공을 들이고 있는 정유라씨 승마 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이 사업은 올림픽을 대비해서 여러 명을 지원하는 걸로 시작됐다”면서 “최서원의 방해로 (사업이) 변질됐지만 처음부터 정유라만을 지원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단은 역대 대통령들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각종 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출연을 사실상 강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전체를 뇌물로 보는 특검의 주장은 극단적 논리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이라면 과거 정권의 요청으로 각종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모든 대기업과 정권 관계자들도 뇌물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은 대기업에 창조경제센터 등과 같은 사업에 자금 지원을 요청해 왔다.

    노무현 정권 시절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 이명박 정권 시절 미소금융재단과 같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도 동일하다. 이건 대통령에 대한 대가관계나 부정청탁이 결코 아니다.

    대기업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지원한 걸 모두 뇌물이라고 본다는 건 극단적 논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모든 대기업을 뇌물공여로 처벌해야 한다. 비상식적이다.“

    검찰은 “변호인이 낸 의견서를 보면 ‘특검을 사실상 임명했다고 볼 수 있는 야당은 특검에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제시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밝히라”며 역공에 나섰다.

    공판검사는 “특검이 뇌물수수죄의 법리를 오해하고 기소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할 경우, 상호 뇌물요구 및 수수에 관한 공모를 하고 역할을 분담했다면, 비공무원도 일반원칙에 따라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게 판례와 학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대통령과 최서원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는 의견서를 통해 명백하게 적시했다”며, “나머지는 이어질 공판에서 증거를 제시하면서 반박하겠다”고 했다.

    검사는 변호인단이 열람허용을 요구한 ‘안종범 수첩’ 전체에 대해서는 재판부에 물증을 제출할 의향이 있다며, “재판부의 지휘에 따라서 수첩전체 제출 및 열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다만 ‘안종범 수첩’ 압수영장과 압수조서 등 관련 문서의 열람에 대해서는 “그 분량이 많고 자료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준비가 되는 대로 변호인의 열람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제1회 공판기일을 다음달 7일 오전10시 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