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I] 유승민 "불구속 수사했으면 좋겠다"남경필 "정치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 바른정당의 두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KBS·MBC·SBS 지상파3사와 보도채널 YTN을 통해 생방송되는 가운데, 90분간 주요 쟁점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다른 정당보다 경선 후보자의 숫자가 적은 관계로 밀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으며, 특히 주도권 토론 시간에는 상당히 치열한 설전이 전개됐다는 평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사 여부 △보수 후보 단일화론 △바른정당 내의 유승민계 존재 여부 등을 놓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사이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토론회의 결정적 순간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

    [결정적 순간 I] 박근혜 수사 둘러싸고 유승민·남경필 '설전'
    [결정적 순간 II] 보수후보 단일화론 놓고 양보없는 공방전
    [결정적 순간 III] 유승민계 있다? 없다? 치고들어간 남경필


  • 20일 지상파3사·YTN 생방송 TV토론에 임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뉴시스 사진DB
    ▲ 20일 지상파3사·YTN 생방송 TV토론에 임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뉴시스 사진DB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20일 오후 지상파3사·YTN을 통해 생방송된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21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와 관련한 입장을 질문받자 "수사와 기소, 법원의 재판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구속기소 여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가지도자의 품위나 나라의 품격을 생각해 불구속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사법절차에) 영향을 미칠 생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불구속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재판에 따른 사법절차는 그에 따라 결정하면 될 문제"라고 거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병 불구속을 주장했다.

    반면 남경필 지사는 "법 앞에 누구든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이든 아무 힘없는 국민이든 법 앞에 평등하는 것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보여주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쟁점이 형성된 것은 그 성격상 유승민~남경필 양 후보의 그간의 보수 후보 단일화 논쟁과 유사한 지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승민 의원이 전날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면에서 비판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긴 했지만,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경북에서 여전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마저 도외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TK 권역의 동정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운 남경필 지사 입장에서는 보수 후보 단일화론에 이어 선명성을 강조할 호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인지 토론회 직후 현장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남경필 지사는 보다 분명한 표현으로 유승민 의원의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입장과 각을 세웠다.

    남경필 지사는 "적폐 청산은 사법기관에서 사법절차에 따라서 담당하고, 정치권은 양 패권을 제외한 중도 세력들이 통합과 연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게 옳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정치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공박했다.

    이에 유승민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들은 이미 그동안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서 나올만한 증거가 많이 나왔다"며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법대로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변한 게 없다"면서도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나 국격 차원에서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는 불구속 수사와 기소가 옳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