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본분 망각-헌법 위반"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DB
    ▲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뉴데일리 DB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과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피 터지는 법적공방을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는지의 여부, 비선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로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주의 위배한 것인지,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논란, 태블릿PC 진위 논란 쟁점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재판장 박한철 소장)는 5일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을 열고,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와 관련해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인 대통령 측의 변론을 시작했다.

    권성동 국회탄핵소추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헌법·법률을 위반했다"며 "대통령의 직책을 유지하는 것은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61·구속)씨에게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을 넘기거나 사기업에 금품을 강요해 최씨에게 특혜를 주는 등 국정을 최씨의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며 국민주권주의 등 헌법을 위배했다"며 "박 대통령을 파면해 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해달라"고 헌재에 요구했다.

    권 위원장은 특히 "최순실씨 관련 비선 실세를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고, 국가적 참사인 세월호 침몰 당시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언론자유·생명권보호 의무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 설립·모금, 롯데 추가 출연금 강요 의혹에 대해선 "이는 지위를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부정부패 행위를 한 것으로,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잃을 정도의 일"이라고 탄핵심판 인용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파면은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상회하는 헌법질서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이라 해도 국민 신임을 저버린 권한 행사는 용납될 수 없다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3일 오후 국회 탄핵소추 위원인 이춘석, 권성동 의원(왼쪽 두 번째부터)이 서울 종로구 헌번재판소로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인 3일 오후 국회 탄핵소추 위원인 이춘석, 권성동 의원(왼쪽 두 번째부터)이 서울 종로구 헌번재판소로 입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반면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은 박 대통령의 헌법준수 의무 위반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변론을 집중했다.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57·사법연수원 15기)는 탄핵소추의결서에 나온 사유 모두를 부정하며 "대통령 범행의 명확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을 청구하는 것은 임기 말 대통령을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부분에 대해서는 "40년 지인인 최씨의 지극히 일부 의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조금 참조한 것"이라며 "결코 비선조직이 국정에 관여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또 형사소송 절차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탄핵은 형법 위반이 전제돼야 한다. 탄핵사유는 합리적 의심이 없도록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사고 발생 이후 승객 구조상황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며 "국가안전실장 등을 통해 사고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고, 삼성 등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을 요구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최순실씨와 공모해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리인단은 "헌재는 검찰에 태블릿PC 제출을 명령해야 하고 이를 감정해야 한다"며 JTBC가 10월 24일 보도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태블릿PC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8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위증 논란이 이슈화되면서, 같은 날 해당 사무실을 찾았다고 주장한 JTBC와 경향신문의 보도가 확연히 달라 파장이 일었다.

    JTBC는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대해, 지난해 10월 18일 고영태의 사무실인 더블루K를 찾아갔고, 당시 사무실에는 다른 사람들은 없었으며 당시 사무실의 문이 잠겨있지 않고 열려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면 같은 날 같은 장소를 찾았던 경향신문은 당시 '더블루K' 사무실은 텅 빈 상태로 잠겨 있었고 책상과 컴퓨터 등 사무실 집기는 물론 서류 한 장 남아 있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이날 변론에는 국회 소추위원단에선 권성동 위원장과 이춘석·박주민·김관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고,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선 이중환 변호사와 전병관·배진혁·서석구·손범규·서성건·이상용·채명성·정장현·황성욱·송재원 등 변호사 11명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법 제52조는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하고, 다시 정한 기일에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피청구인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