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브뤼셀 외곽 자치구…인구 10만여 명 가운데 무슬림 3만여 명, 실업률 30%
  • ▲ 벨기에 브뤼셀 외곽의 자치구 '몰렌비크'는 지난 수 년 동안 무슬림 테러조직의 해방구로 지목돼 왔다. 사진은 몰렌비크의 재래시장 모습. ⓒ지하드 워치 홈페이지 캡쳐
    ▲ 벨기에 브뤼셀 외곽의 자치구 '몰렌비크'는 지난 수 년 동안 무슬림 테러조직의 해방구로 지목돼 왔다. 사진은 몰렌비크의 재래시장 모습. ⓒ지하드 워치 홈페이지 캡쳐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의 용의자들이 대부분 벨기에 몰렌비크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나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몰렌비크는 정식 명칭이 ‘몰렌비크 생-장’으로 벨기에 수도 브뤼셀 인근의 작은 자치구다. 인구는 약 9만 4,000여 명이다.

    파리 연쇄 테러의 용의자들이 몰렌비크에서 테러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이유는 인구의 30% 가량이 무슬림이며, 이 지역 일대에는 경찰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대테러 전문가들은 “몰렌비크에 가면 30분 내에 AK-47 소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불법무기와 마약이 넘쳐나는 곳”이라며 “벨기에 경찰력으로는 '무슬림 해방구'인 이곳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벨기에 총인구 1,100만 명 가운데 무슬림은 50만여 명. 그 중에서 몰렌비크에 거주하는 무슬림이 3만여 명에 달하니, 한국으로 치면 불법체류자들이 많은 경기 남서부나 서울 남서부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

    몰렌비크가 ‘무법천지’라는 사실을 벨기에 사회도 이미 알고 있지만 언급을 꺼리는 듯하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벨기에의 우파 정치인 ‘얀 암본’ 내무장관이 공영방송 VRT에 출연해 “우리 정부는 몰렌비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관료들이 테러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받은 뒤에도 미리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한 비판을 받은 것이 그 증거다.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들 가운데 여러 명이 몰렌비크의 ‘무슬림 집단거주지’에 살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벨기에 정치인과 관료들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 정치인과 관료들, 심지어 사법당국 관계자까지 몰렌비크의 평균 실업률이 30%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이 지역의 높은 실업률로 무슬림 젊은이들이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EU 국가의 무슬림들이 현지 사회와 문화에 동화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외신들은 2004년 19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마드리드 열차역 테러의 범인 가운데 한 명, 2014년 5월 브뤼셀 유대인 박물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살해한 테러범, 2015년 8월 네델란드-벨기에-프랑스를 잇는 고속열차에서 총기난사 테러를 벌이려다 붙잡힌 테러범도 모두 몰렌비크에 거주했었다고 한다.

    이번 파리 연쇄 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된 압델 하미드 아바우드, 파리 11지구의 카페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지른 이브라힘 압데슬람, 벨기에에서 렌트카를 빌려 파리까지 범인들을 실어 나른 살라 압데슬람도 모두 몰데비크에 거주했다고 한다.

    영국 언론들은 과거에도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몰렌비크에는 모스크(이슬람 사원)가 무려 22개나 있으며 수니파 무슬림 근본주의자(살라피스트)들이 운영하는 비밀 아지트도 있다”며 “여기서 테러조직을 위한 비밀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처럼 무슬림에 매우 관대한 정책을 펼치던 벨기에는 몰렌비크 지역에 대한 치안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었다.

    파리 연쇄 테러가 일어난 뒤 테러 용의자들이 벨기에로 숨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6일(현지시간)에야 경찰력을 동원해 몰렌비크 지역 일대에 대한 검문검색 작전을 벌였다. 하지만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일각에서는 몰렌비크에 테러리스트를 위한 비밀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만큼 파리 연쇄 테러 용의자들은 이미 신분을 위장한 뒤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무슬림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영국, 벨기에 우익 진영에서는 이 같은 벨기에 정부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무슬림 이민자에 섞여 들어온 테러조직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댓가”라며 날 선 비판을 퍼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