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직업으로 양육 집중 어려워..5살 손녀, 할머니에게 "아빠한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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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부부의 이혼소송 도중 며느리가 돌보던 손녀를 몰래 미국으로 데려간 조모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불법적인 힘이 사용되지 않았고, 아이에게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11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미국영주권자인 A씨(59·여)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 C씨가 이혼소송 중이던 작년 5월, 춘천에서 당시 다섯 살이던 손녀 B양을 만났다. B양은 어머니인 C씨가 돌보고 있던 상태였다.

A씨는 미국에 있던 아들이 “아내나 처가에 알리지 말고 미국에 딸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하자, 사돈에게 “손녀에게 점심을 먹이고 다시 데려다 주겠다”며 B양을 불러냈다.

A씨는 곧장 손녀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고, 미리 예매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손녀와 함께 몸을 실었다.

이후 며느리 C씨는 딸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B양이 할머니 A씨와 미국으로 간 사실이 확인돼, A씨는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입건됐다.

국외이송약취란 폭행이나 감금, 또는 그에 준하는 불법적인 힘을 사용해 사람을 외국으로 데려가는 행위로, 유죄가 인정될 시 2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A씨가 거짓말로 B양을 외국으로 데려가 보호자와 떼어놨을 뿐만 아니라, B양의 보호·양육 상태를 침해했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심우용 부장판사)는 “A씨가 불법적인 힘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고, 그에게 이끌려 미국으로 간 B양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손녀를 미국으로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사돈이나 손녀에게 폭행이나 협박, 불법적인 힘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B양을 둘러싼 가족환경을 고려할 때, 미국으로 갔다고 해서, 그에게 딱히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에서 C씨와 그의 어머니가 직업 때문에 B양의 양육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B양은 인접 도시에 사는 낯선 친척집에서 주로 지냈다는 점, B양이 A씨를 만났을 때 “아빠에게 가고 싶다”고 말한 사실 등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