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부동한 보수' 이미지 구축하려, 문책 인사 단행?

  • '오보 사태'로 물의를 빚은 KBS가 지난 14~15일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문책 인사를 단행한 것에 대해, KBS 내부에서도 '보도의 최종 책임자'인 조대현 KBS 사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 KBS기자협회가 '비겁한 징계의 칼날을 당장 거둬라'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보도가 잘못됐다면 보도의 최종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할 사안 아니냐"며 조대현 사장을 맹비난한데 이어 제1노조인 KBS노동조합도 "조대현 사장이 일년 이상 지난 사안을 들춰내 이들을 무더기로 징계한 이유는 그가 연임 야욕을 드러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 데스크급 간부 이어 노조 집행부까지 칼 들이대

    KBS는 지난 14일 보도국 국제부문 주간, 국제부장, 디지털뉴스국장, 디지털뉴스부장 등 데스크급 간부들을 모두 '평기자'로 내리는 인사 발령을 내렸다.

    국제부는 지난달 24일 KBS '뉴스9'를 통해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이라는 보도를 낸 당사 부서. 디지털뉴스부는 이튿날 같은 내용으로 '전쟁 통에 지도자는 망명 시도…선조와 이승만'이라는 온라인판 기사를 작성한 부서다.

    또한 KBS는 "KBS의 반론 보도가 굴욕적이었다"며 이인호 이사장과 각을 세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제2노조)'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댔다.

    KBS는 권오훈 제2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정직 4월, 감봉 5~6월 등의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사유는 지난해 6월 길환영 전 사장의 출근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차량 파손' 등의 폭력 행위가 발생했던 것을 뒤늦게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와 관련 KBS노동조합은 "조대현 사장이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굳이 일년 이상 지난 사안을 들춰내 이들을 무더기로 징계한 이유는 언론노조를 탄압하는 모양새를 만듦으로써 청와대를 향해 자신은 '확고부동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본부노조가 "조대현 사장에 대한 불신임 투쟁에 나서겠다"고 외치면 외칠수록 그는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지금 조대현 사장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구성원들의 정서가 아니라 '청와대의 심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 "조대현 체제, 총체적 무능 선고가 내려진 상황"

    KBS노동조합은 "조대현 체제는 인사, 프로그램, 경영, 신뢰도 등 모든 측면에서 총체적 무능 선고가 내려진 상황"이라며 "더구나 수신료 인상마저 실패함으로써 KBS를 절체절명의 경영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KBS노동조합은 "야당 측 이사들의 도움을 받아 사장 자리에 오른 조대현 KBS 사장이 청와대를 향해 이런 무리수까지 둬 가며 연임을 구걸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며 그의 일관성 없는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조대현 사장이 지난해 어떻게 사장이 됐는 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야당이사 4표에, 진영을 배신한 여당이사 2표 등 모두 6표를 확보하는 사상 초유의 기적같은 거사를 통해 사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러니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조대현 사장은 여당이사 2명의 배신을 등에 업은 사람이다. 그런 청와대를 향해 이런 무리수까지 둬 가며 연임을 구걸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다음은 16일 발표한 KBS노동조합의 성명 전문

    조대현 사장이 결국 ‘연임 야욕’을 드러냈다!

    조대현 사장이 언론노조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을 비롯한 9명에게 정직과 감봉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6월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며 KBS를 망친 길환영 전 사장에 대한 출근 저지투쟁 당시 차량 파손 등의 폭력 행위를 문제삼은 것이다. 사측은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지난 2013년 파업을 문제삼아 20여 명을 무더기로 징계한 바 있다.

    조대현 사장이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굳이 일년 이상 지난 사안을 들춰내 이들을 무더기로 징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그가 연임 야욕을 드러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동안 야권 지지 성향을 강하게 내비춰 온 언론노조를 탄압하는 모양새를 만듦으로써 청와대를 향해 자신은 ‘확고부동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를 다시 노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그러니 이에 반발해 본부노조가 “조대현 사장에 대한 불신임 투쟁에 나서겠다”고 외치면 외칠수록 그는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지금 조대현 사장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구성원들의 정서가 아니라 ‘청와대의 심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조대현 체제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 인사. 프로그램. 경영. 신뢰도 등 모든 측면에서 총체적 무능 선고가 내려졌다. 더구나 수신료 인상마저 실패함으로써 KBS를 절체절명의 경영위기 상황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조합은 7월 정기노보를 통해 ‘MB특보 김인규가 걸었던 몰락의 길을 절대로 가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준엄한 안팎의 경고를 무시하고 ‘제2의 김인규’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이후 세간에서는 ‘배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보는 이유도 ‘동물은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인터뷰 내용이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조대현 사장이 지난해 어떻게 사장이 됐는 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야당이사 4표에 ‘청와대 지침’을 어기고 진영을 ‘배신’한 여당이사 2표 등 모두 6표를 확보하는 사상 초유의 기적같은 거사를 통해 사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러니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조대현사장은 여당이사 2명의 ’배신‘을 등에 업은 사람이다. 그런 청와대를 향해 이런 무리수까지 둬 가며 연임을 구걸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조합은 더 이상 KBS에 ‘제2의 김인규’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그런데 조대현 사장은 이제 대놓고 ‘제2의 김인규’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합의 선택은 한가지뿐이다. 국민의 방송 KBS를 반듯하게 다시 세우고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생존권 수호를 위해 교섭대표노조인 KBS노동조합은 더이상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설 것이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2015. 7. 16.
    무능경영 심판과 임단투 승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