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부 우파는 자유주의, 좌파는 보수주의”…관영매체 “中 이념과 경제 무관”
  • ▲ 중국 대도시의 번화가와 빈민가. 빈민가에서는 번화가로 넘어가는 게 불법이다. ⓒ英레디프 닷컴 보도화면 캡쳐
    ▲ 중국 대도시의 번화가와 빈민가. 빈민가에서는 번화가로 넘어가는 게 불법이다. ⓒ英레디프 닷컴 보도화면 캡쳐

    특정 지역에 따라 좌파와 우파를 지지하는 한국처럼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인 중국에서도 ‘지역별 이념 성향’이 다를까.

    美하버드大와 MIT大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때문에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이 들끓고 있다고 17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하버드大 제니퍼 판 박사와 MIT大 쉬이칭 박사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중국 이데올로기 스펙트럼’이라는 논문을 통해 “중국에서는 부유한 동부 연안일수록 우파 성향이 강하고, 낙후한 중서부 지역일수록 좌파 성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팀은 논문에서 “중국 내에서 우파는 자유주의적, 좌파는 보수주의적 성향”이라면서, 오히려 못 사는 지역일수록 中공산당의 1당 독재체제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중국 내 31개 성(省)과 직할시를 좌파, 우파, 중립으로 나눠 각각 붉은색, 파란색, 자주색으로 표시한 ‘중국 이데올로기 지도’도 내놨다.

    ‘중국 이데올로기 지도’를 보면, 상하이,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푸젠성은 파란색, 구이저우성, 허난성, 안후이성, 후난성, 내몽골 지역 등은 붉은색이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중국인들의 정치적 성향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득이 높은 편이면서 좌파를 지지하는, 한국의 ‘강남좌파’나 미국의 ‘리어젯 리버럴(Rear Jet Liberal,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좌파)’은 드물다는 뜻이었다.

  • ▲ 美하버드大와 MIT大 연구팀이 내놓은 '중국 이데올로기 지도'. 푸른색은 경제성장이 된 곳, 붉은색은 낙후지역이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 美하버드大와 MIT大 연구팀이 내놓은 '중국 이데올로기 지도'. 푸른색은 경제성장이 된 곳, 붉은색은 낙후지역이다.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이 논문이 나오자 中공산당은 발끈했다. 中공산당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 15일 사설을 통해 “황당한 논문”이라며, 이 연구결과를 폄하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정치적 성향과 경제적 지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필리핀은 가난한데도 우파 성향이 강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또한 논문에서 인용한 ‘익명 설문조사’를 가리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中베이징大가 2007년부터 인터넷으로 17만 1,830명의 정치적 성향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조사한 것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당시 베이징大는 설문응답자들이 마음 놓고 답변할 수 있도록 익명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환구시보’가 이처럼 美대학 연구팀의 논문에 ‘발끈’하고 나서는 것은 현재 공산당 총서기(국가주석)인 시진핑의 통치방향에 배치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기존의 경제성장 정책과 아울러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강화를 당 조직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 강도를 더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 또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의 요구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우파 성향을 띠게 된다”고 하면, 이는 시진핑의 집권전략이 밑바닥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이 기를 쓰고 반박한다는 것이다.

    中공산당 관영매체들이 미국 대학의 논문에 반발을 하고 있지만, 현실을 숨길 수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英가디언의 베이징 특파원이었던 ‘조나단 와츠’의 책 ‘중국없는 세계’나 英LSE의 초빙 연구위원 마틴 자크가 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과 같은 중국 공산당과 경제발전의 속내를 드러낸 책을 보면, 中공산당과 관영매체의 주장보다 미국 대학의 논문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나온다. 

    여기에 중국에서 생활하다 온 한국인들의 증언까지 더하면, 中공산당보다는 미국 대학 연구팀의 논문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