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월호 구조현장 인근의 모습. 현재 대형 크레인들이 인양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환경이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세월호 구조현장 인근의 모습. 현재 대형 크레인들이 인양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환경이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청해진 해운 소속 카페리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언론들이 지나친 취재 경쟁을 벌이는 게
    각종 루머와 오보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승객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진도 체육관 주변에서는
    “진짜 유가족이 아닌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자칭 기자’라며 선동 중”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지난 19일 오전,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DNA 검사를 위해
    신원확인용 명찰을 배포할 당시 진도체육관에 있던 몇몇 사람은
    “이 명찰은 이미 만들어 놓은 거다. 시체를 숨겨놓은 것 아니냐”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다.

  • ▲ 20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 면담을 요구하는 행진을 할 때 행진 중 웃는 사람이 일부 눈에 띠었다. [사진: MBC 해당 기사보도화면 캡쳐]
    ▲ 20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 면담을 요구하는 행진을 할 때 행진 중 웃는 사람이 일부 눈에 띠었다. [사진: MBC 해당 기사보도화면 캡쳐]

    실낱같은 희망을 거두지 않은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를 ‘시체’라고 부르며 무조건 정부를 규탄하는 행태에
    생중계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어 20일 새벽, 진도 체육관에 모여 있던 승객 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의 행진을 시작할 때도
    가족 사이에 있던 정체불명의 사람 몇 명이 ‘대통령 퇴진’ 등을 외쳐 눈총을 샀다.

    현장에서 활동 중인 일부 자원봉사자와 취재진들은
    이렇게 선동하는 이들의 정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 실종자 가족들의 실제 행진 당시 상황. 경찰과의 충돌이나 구호외침 등은 없었다. [사진: 오마이TV 유튜브 영상 캡쳐]
    ▲ 실종자 가족들의 실제 행진 당시 상황. 경찰과의 충돌이나 구호외침 등은 없었다. [사진: 오마이TV 유튜브 영상 캡쳐]

    현재 진도 체육관에서 자원봉사 중이라는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언론 오보가 나오는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김 씨가 문제 삼는 부류는 인근 노숙자와 ‘자칭 자원봉사자’.

    그는 “노숙자는 전국 곳곳에서 답지한 지원 물품을 축내며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로 지내고 있는 진도체육관 모습. 현재 가족들은 심신이 극도로 지친 상태라고 한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로 지내고 있는 진도체육관 모습. 현재 가족들은 심신이 극도로 지친 상태라고 한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김 씨는 가장 큰 문제로 ‘자칭 자원봉사자’를 꼽았다.

    이들은 체육관 내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민관군 구조대가 브리핑을 할 때마다
    빠른 구조 보다는 ‘음모론’을 떠들며
    승객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 19일 승객 가족들의 요청으로 명찰을 배포한 뒤에는
    이런 ‘자칭 자원봉사자’가 크게 줄었지만,
    이제는 ‘자칭 인터넷 매체 기자’라며 사고 현장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자칭 자원봉사자’ ‘자칭 기자’들이 설치게 된 원인에 대해
    기존 언론들의 취재 경쟁 과열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의 지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그의 주장은 SNS 등에 퍼나르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 오전 MBN은
    정동남 씨와 같이 오랜 기간 해난구조활동을 펼친 전문가가 아닌,
    ‘자칭 민간 잠수사’라는 홍가혜 씨의 주장을 그대로 방영, 결국 보도본부장이 사과했고,
    JTBC는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이종인 씨를 불러
    마치 민관군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게을리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보도를 해
    물의를 빚었다.

  • ▲ 지난 18일 JTBC에 출연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사진: 당시 JTBC 보도화면 캡쳐]
    ▲ 지난 18일 JTBC에 출연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사진: 당시 JTBC 보도화면 캡쳐]

    이 같은 언론들의 오보와 과열경쟁이 이어지자
    네티즌과 다수 언론사들은
    2003년 한국기자협회가 내놓은 ‘재난보도준칙’에 주목하고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 언론들이 재난보도를 할 때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국민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줬다는 점을 반성하며 만든
    ‘재난보도준칙’은 대략 이런 내용이다.

    ▲이미 발생한 피해 상황 전달보다
    향후 다른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보도
    ▲인명 구조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취재
    ▲위기 상황에 대한 심리적·정신적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데 주력
    ▲불확실한 내용의 검증과 유언비어 발생이나 확산 억제 기여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생존자 및 사상자의 신상 공개 자제
    ▲사고현장 근접 촬영 자제
    ▲자극적인 장면 반복 보도금지


    한국기자협회는
    기자들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지켜
    피해자와 가족들의 사생활, 명예, 심리적 안정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면 현재 국내 언론 가운데는
    이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안 지키는 곳이 꽤 많아 보인다.

    그 가운데 하나의 사례가 몇몇 일간지와 방송, 통신사들이
    “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했다”라고 보도한 것.

    하지만 네티즌들은
    한국 정부와 민관군 구조대를 비난하는 기사를 쓴 외신기자 대부분이
    현지 고용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국내 언론들의 ‘무능함’과 ‘선동’을 비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는
    정부나 민관군 구조대의 '무능력' 보다는
    언론들이 더 '무능력'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 ▲ 현재 온라인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민관군 구조대를 비난하는 기사를 쓴 사람들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퍼지고 있다. [사진: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캡쳐]
    ▲ 현재 온라인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민관군 구조대를 비난하는 기사를 쓴 사람들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이 퍼지고 있다. [사진: 일간베스트 저장소 화면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