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정권은 차기 정권에까지 좌파의 속성을 유전시키려고 기를 쓰고 있다. 통일부가 마련해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법무부·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의 검토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28일 국회에 제출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국민이 북녘 주민과 접촉했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는 신고할 필요조차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대에 밀려 일단 접을 수밖에 없었던 국가보안법 폐지를 대신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일정 부분에 걸쳐 유사한 효과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그같은 개정안이 혹시라도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차기 정권의 운신 폭을 그만큼 좁히게 될 개악(改惡)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제출된 개악안(案)은 ‘북한 주민을 접촉하고자 할 때 통일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해야 한다’는 현행 제9조의 2를 유지하되 ‘방문증명서를 발급받은 자가 그 방문 목적의 범위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접촉을 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면 접촉 후 신고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3월13일 입법예고 당시 ‘방문증명서 발급 이후 방문증명서상의 방문기간 이내 재방북할 경우 추가로 방문신고를 하지 않도록 한다’던 예외 폭에서도 훨씬 더 나아가는 동시에, 대통령령 위임의 범위를 특정하지 않아 어떤 대북 접촉도 신고 의무를 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북측에 타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당국자와 가진 비밀 접촉 등이 더는 위법 논란에 얹히지 않도록 하자는 ‘사후 배려’로도 읽힌다. 이재정 통일장관이 3월29일 ‘안희정 위법’에 대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거든 이유를 새삼 되짚어볼 만하다.

    현행 대통령령 제19조도 신고 예외 폭이 만만찮다. 그 예외를 더 늘려 원칙을 압도하게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