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통해서도 진입…트리폴리에서 반카다피 시위 발생前 카다피 2인자 이탈리아 망명‥ 현지 외국인들 배편으로 철수
  • 카다피 정권의 마지막 근거지 턱밑까지 진격한 리비아 반군이 21일(이하 현지시각) `인어공주(mermaid)'라는 작전명 아래 카다피군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있다.

    반군이 트리폴리 외곽을 장악하고 중심부로 진격을 시도하는 것은 리비아 사태가 촉발된 지 거의 반년만이다. 42년간 리비아 민중을 억눌러온 카다피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혈투가 리비아의 심장부 트리폴리까지 확산한 것이다.

    ◇`인어공주' 반군…트리폴리 함락 초읽기 = 반군 대변인인 아흐메드 지브릴은 수도 트리폴리에서 버티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고립시켜 항복 또는 해외 도피를 유도하기 위한 이른바 `인어공주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전이 동부 벵가지에 근거를 둔 반군 중심 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와 트리폴리 주변의 반군, 공습지원을 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동작전이라고 설명했다.

    트리폴리에서는 총격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리비아 반군은 해상을 통해서도 트리폴리로 진입했다.

    반군 대변인은 "미스라타를 출발한 선발대가 오늘 새벽 트리폴리에 진입해 반군에 합류했다. 현재 카다피 군과 교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스라타는 트리폴리에서 약 200km 떨어진 해안 도시다.

    또 트리폴리를 포위한 반군은 카다피 친위부대와의 접전 끝에 트리폴리로 가는 교통 요지인 가다옘 숲을 장악했다고 한 반군이 밝혔다. 이 숲은 트리폴리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24km 떨어진 곳이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반군이 트리폴리 근교의 수크 알 고마, 타주라, 우라다, 알 사바 등 지역을 장악했으며, 전투 과정에서 리비아 정부군 31명이 사살되고 42명이 생포됐다고 전했다.

    반군의 지상전에 앞서 나토의 공습이 이어졌으며 트리폴리 외곽 일부 도시에서는 저격수의 위협에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반군이 트리폴리 국제공항을 장악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가운데 반군 지도부는 카다피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나토군의 한 축인 영국의 알리스테어 버트 외무부 차관은 "자유를 위한 리비아인들의 절박한 투쟁은 지금 매우 결정적인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버트 차관은 이어 나토군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공습을 넘어선 후속 조치가 무엇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군은 카다피가 항복 또는 도주하기까지는 수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트리폴리 탈출 행렬 조짐 =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이 임박하면서 카다피의 측근이 망명하고 트리폴리에 남아있는 외국인이 탈출을 서두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 카다피 정권의 2인자였던 전 총리 압데스살렘 잘루드가 트리폴리를 벗어나 이탈리아에 도착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보도했다. 카다피에 의해 축출된 잘루드는 앞서 반군이 장악한 지역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폴리에 체류 중인 영국인과 그외 일부 외국인은 이날 중으로 지중해 몰타공화국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라고 영국 외무부는 이날 밝혔다.

    그러나 폴란드 외무부에 따르면 이들을 태울 몰타 선적 배가 이날 오전 트리폴리항에 접안중 총격을 받아 먼 바다로 물러났다.

    폴란드 외무부의 파울리아 카푸신스카 대변인은 "몰타 선적 'MV 트리바 1'호가 리비아에서 외국인들을 소개시키려 했으나 잇단 총격 때문에 트리폴리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정박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제미니 판디야 대변인은 전날 "이집트인 수천 명이 이미 트리폴리를 떠날 준비를 마쳤고 출국 지원을 요청하는 인원이 날마다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인 외에 다른 아프리카 국적의 이주민들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판디야 대변인은 전했다.

    ◇반군 압박에도 카다피는 "결사 항전" =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에도 카다피 진영 또한 결사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트리폴리 전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트리폴리를 방어할 수천명의 직업 군인과 수천명의 자원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트리폴리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반군의 주장에 논평하지 않은 채 "나토가 반군에게 공중지원, 무기, 정보, 병참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작금의 리비아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은 나토에 있다고 비난했다.

    카다피 군은 또 트리폴리로 주요 길목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발사하기 유리한 장소를 차지하고자 반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카다피는 전날 밤 국영TV에서 육성 메시지를 통해 반군을 `리비아를 분열시키는 해충'이라고 규정하고 반군이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쫓기는 신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리비아인들은 평화로운 라마단(이슬람권 금식 성월)을 즐기고 싶어하는데 그들은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며 "도대체 그들은 누구냐"고 반문했다. 이브라힘 대변인도 반군의 트리폴리 공격을 30분만에 제압했다며 현재는 평온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제 카다피가 물러날지는 모르지만 물러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으나, 미국 정부의 한 당국자는 카다피가 끝까지 버티면서 민간인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불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