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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일가, 김일성 때부터 친북적 태도
문재인 정부, 인도네시아 통해 남북정상회담 추진?
수카르노 딸들, 오랜 기간 북한에 우호적…조코 위도도 現대통령은 ‘반북’ 성향
[전경웅 기자]  2017-08-11 18: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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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보름 째가 되던 5월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엿새 뒤인 5월 29일, 이번에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前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한국을 찾았다. 메가와티 前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만남을 두고 세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인도네시아를 통해 북한과 대화 통로를 개척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장의 진위 여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시 정황이나 한국과 인도네시아, 북한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추정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5월 23일 인도네시아-5월 29일 한국

지난 5월 23일자 ‘연합뉴스’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국가 특사 자격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예방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연합뉴스’에 공식적으로 실린 내용은 “박원순 시장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새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이자 아세안 핵심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보도에는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아세안과 인도네시아의 이해와 협력을 요청했다”는 대목도 있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에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북한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며, 모든 문제가 대화를 통해 잘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해당 보도에서 “박원순 시장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만난 보고르 대통령궁은 1965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김일성과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엿새 뒤인 5월 29일 청와대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前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방,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브리핑했다.

▲ 지난 5월 29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前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16시부터 16시 55분까지 약 1시간 동안 메가와티 前대통령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주요 인사들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면담을 가졌다”면서 “회담을 통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신뢰 관계를 확인했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메가와티 前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한 정권 사람들과 나눈 대화와 만남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前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등에 메가와티 前대통령이 많은 도움을 주신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메가와티 前대통령께서 이전처럼 나서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브리핑에 따르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 대전환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것과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북한이 적어도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은 중단하고,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브리핑한 내용 가운데는 “메가와티 前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어떤 논의들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가졌다”는 대목과 “메가와티 前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할 생각이며, 성사된다면 그 때에 문재인 대통령의 안부를 전해도 괜찮을지 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의 모든 이야기를 전해도 좋다고 화답했다”는 대목이 있다.

즉 세간에 퍼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통해 남북 대화 또는 남북정상회담을 열려 한다”는 소문의 시작은 메가와티 前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보였다.

인도네시아, 북한과 얼마나 친할까?

인도네시아가 남북 관계 정상화 또는 남북 정상회담 중재역을 맡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일까. 많은 사람들이 2015년 10월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듯하다.

당시 인도네시아의 민간단체 ‘수카르노 센터’는 김정은에게 ‘수카르노 상’을 수여했다. 명목은 “김정은은 신식민주의 반대 투쟁의 수호자로, 평화와 정의, 인륜의 수호자”라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물론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격렬한 비판이 일었다. 북한은 김정은이 과거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수상한 적이 있는 ‘수카르노 상’을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정은에게 상을 준 ‘수카르노 센터’는 라흐마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여사가 운영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2001년에는 김일성에게 ‘수카르노 상’을 수여했다. 그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前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여동생이지만 언니가 현직 대통령일 때 정치노선 차이를 이유로 ‘개척당’을 창당해 대립하기도 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또한 북한에 우호적인 편이다. 현직 대통령 시절 북한을 찾아 김정일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고, 2005년에는 방북한 뒤 한국을 찾아와 “김정일의 메시지를 갖고 왔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메가와티 前대통령이 김정일을 직접 만난 것 같지 않다”며 에둘러 거절의 뜻을 밝혔다.

▲ 수카르노 센터 관계자가 2015년 10월 9일 北만수대 의사당에서 '수카르노 상'을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카르노의 딸들이 이처럼 북한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의 부친과 북한 간의 관계 때문이다. 195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비동맹 회의’에 북한이 참여했고, 북한은 이때부터 제3세계로 불리는 ‘비동맹 국가들’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했다. 반둥 회의 10주년 때였던 1965년에는 김일성이 김정일을 데리고 인도네시아를 찾아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이후 수카르노는 자신의 딸들에게 “김일성은 너희들의 삼촌”이라며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현재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의 경우 메가와티 前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덕분에 당선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고, 취임 직후에는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4년 8월에는 김정은의 방북 초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로는 국제사회에 보조를 맞춰 북한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다.

한때 ‘상왕’이라 불리던 메가와티 前대통령의 간섭에 대해서도 2016년 7월부터는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메가와티 前대통령이 대표를 맡고 있는 ‘투쟁 민주당(PDI-P)’이 여당이지만 의회에서는 소수파인데다 당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도 없는 형편이었고, 국정 운영을 통해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를 얻자 자립을 시도한 것이다. 조코 위도도가 일본과 친밀한 관계라는 점 또한 메가와티로부터의 자립을 결심하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남북정상회담 주선한다? 뒷감당은?

이 같은 인도네시아 정치 상황에서 메가와티 前대통령 또는 조코 위도도 現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등을 주선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조코 위도도 現대통령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 여전히 정치적 발언권이 강력한 군부와 종교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메가와티 前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한다고 해도 여당 대표인 탓에 야당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 또한 김정은에 먼저 유화적으로 접근했다는 점 때문에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로 공산주의자에 대해 매우 강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 이는 1950년대 중국 본토에서 넘어 온 공산반군 때문에 30만 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역사도 영향을 끼쳤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쉽게 감수하기 어렵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서방 진영의 비난을 인도네시아가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김정남 암살을 통해 북한과 깊은 감정의 골이 생긴 이웃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 정계의 행태에 강한 비난을 퍼부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정부 또는 전직 대통령이 남북 관계에 개입해 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추정은 지난 4월 국내 금융계에 돌았던 ‘정보지’ 내용 검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 여의도 금융가에 나돌던 ‘정보지’에는 “트럼프 美대통령과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밀담을 나누면서, 미국이 중국에게 김정은에게 인도네시아로 망명하라고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김정은이 해외에 빼돌린 비자금을 망명 자금으로 쓰도록 허용하고, 김정은 망명 이후 북한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도 미국은 용인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 2013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찌푸트라 월드 자카르타'에 입점한 롯데 에비뉴엘 개점식에 몰린 인파. 이것이 현재 인도네시아 정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나 한국 외교가에서는 이런 내용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 現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주민 인권탄압 등의 문제로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고, 오히려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인도네시아에는 북한 외화벌이 조직조차 없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몇 년 사이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선호도와 친밀감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더 이상 북한 체제에 손을 뻗을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현재 일각에서 나도는 “인도네시아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것”이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메가와티 前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준비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4월 여의도 금융가에 떠돌던 “트럼프 美대통령이 김정은의 인도네시아 망명을 제안했다”는 내용만큼이나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현지의 분위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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