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에서 '독소조항'이라던 '테러자금에 대한 정보 제공'도 명기돼
  • ▲ 새누리당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그는 국정원 출신 국회의원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그는 국정원 출신 국회의원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하면서 지난 23일부터 필리버스터에 들어간 가운데, 테러방지법을 처음 추진한 것이 2001년 DJ정권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1년 11월 28일, 당시 김대중 정부는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DJ정부는 테러방지법안 제안이유를 통해 "기존의 대응체제로는 테러에 효율적·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우므로 테러의 예방·방지와 신속한 대응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테러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명기했다.

    DJ 정부가 테러방지를 위해 내놓은 내용을 보면, 우선 국가 정보원에 관계기관의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대 테러센터를 설치하여 국가의 대테러활동을 기획·조정하도록 했다. 나아가 경찰만으로 국가 중요시설 등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안에서 군병력을 지원하여 불심검문과 보호조치, 위험발생 방지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테러를 범한 자나 테러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과 금융정보분석원장으로 하여금 테러 자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테러 자금을 규제하고 테러혐의자에 대한 긴급 감청 기간을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 ▲ 지난 2001년 11월, 김대중 정부는 테러방지법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테러단체 가입자를 처벌하고, 금융분석원의 자료를 대테러센터의 장에게 주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 돼 있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제공
    ▲ 지난 2001년 11월, 김대중 정부는 테러방지법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테러단체 가입자를 처벌하고, 금융분석원의 자료를 대테러센터의 장에게 주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 돼 있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 제공

    그런데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입법을 준비한 테러방지법은 현재 정의화 국회의원이 국회법 제 85조 1항에 따라 직권상정한 법안인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 법안'과 그 내용에서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러방지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이철우 의원 등 24명이 제안한 이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들고 있다. 지난 2001년 제출된 테러방지법과 궤를 같이한다는 의미다.

    큰 틀로 보면 내용 면에서도 비슷하다. 이철우 의원의 테러방지법에서도 '테러단체를 구성하거나 구성원으로 가입 등 테러 관련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다. 

    오히려 2001년 당시보다 더민주 측 주장이 많이 반영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찾아볼 수 있다.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관 침해 방지를 위해 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1명 두기로 함'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대테러센터를 어디에 둘지에 대해서도 야당의 주장이 대폭으로 수용됐다. 지난 2001년 당시엔 국정원 내부에 만드는 것으로 명시됐었지만, 이번 이철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야당의 주장대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더민주가 억지 필리버스터까지 하며 반대하는 국정원 권한 확대 우려가 사실은 단순히 국정원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테러방지법은 노무현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됐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이후 곧바로 테러방지법 입법을 시도했다. 지난 2003년 11월 14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테러방지법 일부를 수정한 위원회 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초당적 협력을 하면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정보위를 비교적 쉽게 통과하면서 테러방지법이 2년 만에 통과되는가 했지만, 이번엔 법사위에 가로막혔다. 법사위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야당인 새누리당이 찬성하고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후 테러방지법은 10년이 넘도록 국회에 묶였다. 야당은 여전히 테러방지법을 '공안정치'를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더민주 한정애 부대변인은 24일,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이 '국민 감청법', '국민 금융정보수집법'으로 국민께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 악담이나 할 것이 아니라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 제거에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 부대변인의 말대로라면 김대중 정부의 법안도 '독소조항'이 있는 법안이라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현재 국정원은 국보법 관련해서는 통신감청을 하고 있다. 간첩에 대해선 영장을 발부받아 통신을 감청한다"면서 "그런데 테러단체 가입자 등에 대해서 하는 것은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금융정보 역시 금융분석원의 자료를 받는 것이지 직접 계좌추적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CIA는 우리나라 테러관련자에 대한 자금 추적을 할 수 있는데 한국 정부기관은 추적할 수 없는 나라가 돼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