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2년간 여당 수장 얼굴만 5번 바뀌어새 지도부 마다 당정관계 과제 껴안았지만尹 '복심' 한동훈도 끝내 해결 못하고 물러나"지금이 골든타임 … 남은 3년 또 반복할 건가"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네 번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총선 정국을 이끌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총선 후폭풍을 빠르게 수습할 비대위 구성 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당정 관계 재정립을 지목하고 있어 당 안정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12일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반기를 드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국민께서 야당에 많은 의석을 준 데에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요청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검법 속 독소) 조항 몇 개를 바꾸고 방향성 몇 개를 논의한다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 참패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김 당선인은 "지금까지 여당이 대통령실과 너무 발을 맞추었다. 너무 정부와 대통령실에 종속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며 "앞으로 22대 국회에선 정부와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통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정부와도 야당과도 협력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주성을 가진 여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5선 중진'이 된 조배숙 당선인도 같은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번 총선을 "민심의 반영"이라고 짚으며 "윤 대통령 정부나 우리 당에 대해 회초리를 들었다. 이런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많이 변화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사실 여러 일을 많이 했지만 그동안 불통 이미지였다"고 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윤 대통령을 겨누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불만이 표출된 데에는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한 위원장 마저 당정관계를 바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당정관계 재정립' 목소리는 2년간 5명의 수장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이준석 전 대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김기현 전 대표, 한 위원장 순으로 수장의 얼굴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그 누구도 당정관계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총선 국면도 마찬가지로 당정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물가 문제를 둘러싸고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기류가 감지됐다면 과감하게 독자 노선을 선택하거나 여당의 목소리를 관철시켜야 했다"고 토로했다.

    야권이 정부심판론을 꺼내들자 맞불 성격으로 '이조(이재명·조국)심판'을 외칠 게 아니라 저조한 대통령 지지율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낼 여당만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의원은 "당정관계 이야기를 다음 전당대회, 3년 뒤 대선에서 또 거론된다면 국민들의 피로감만 더해질 뿐"이라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지금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남은 임기 3년 내내 정부와 여당은 서로에게 짐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같은 목소리를 어떻게 낼 것인지, 함께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