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입주한 '마곡수명산파크 2단지'… 장기전세 43% 차지소셜믹스 도입해 임대와 일반 섞어 차별 없애 일반 단지 5배 오르는 동안 54% 상승 그쳐
  • ▲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전경.ⓒ송학주 기자
    ▲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전경.ⓒ송학주 기자
    "이 아파트에는 임대단지라고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아요. 입주민들도 누가 임대아파트에 사는지, 일반 아파트에 사는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은데요." 

    지난 14일 찾은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 2단지' 아파트.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아파트의 일부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라는 사실에 뜻밖이라며 놀라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인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으로 처음 공급된 아파트로 화제를 모았다.

    주변 시세의 50~80%로 서민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실험이 결실을 맺고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체 629가구 중 272가구(43%)가 장기전세주택이고, 일반분양주택은 357가구(57%)다. 

    무엇보다 '소셜믹스(social mix)' 개념을 도입해 한 단지 안에 임대와 분양가구를 혼합 배치하고 9개동 중 2개동은 임대와 분양가구를 한 동에 집어넣었다. 임대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서울시 산하 SH공사 고유 브랜드 대신 '마곡수명산파크'라는 새로운 이름을 채택했다.

    이날 찾은 아파트의 모습도 주변의 다른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낮은 층고와 널찍한 동간 거리뿐 아니라 높게 자란 나무들은 주변의 새 아파트보다 살기 좋아 보였다. 주변 상가들도 번화가와 못지 않았다.

    바로 맞은편에는 발산공원이 있어 산책을 나온 입주민들도 보였다. 인근에 화곡·명덕외·덕원외고 등이 있어 학군도 좋고,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5·9호선 환승역인 마곡역 등도 가까워 교통 여건도 다른 마곡지구 민간아파트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인근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마곡지구 개발이 끝나면서 이곳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집값이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17년 전 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떼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 ▲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옆 상가.ⓒ송학주 기자
    ▲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2단지' 옆 상가.ⓒ송학주 기자
    마곡수명산파크 2단지 입주 당시 장기전세주택 전용면적 59㎡(26평형)의 전세금은 808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당시 인근 내발산동 민간아파트 66~99㎡ 전세금은 1억5000만~1억8000만 원으로 2배 수준이었다.

    전량 특별공급된 분양 357가구(전용면적 84㎡, 33평형)의 분양가 역시 2억2733만 원으로 저렴했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이 아파트의 84㎡ 매매가격은 10억~13억 원에 형성돼 있다. 5배 넘게 뛴 것이다.

    하지만 장기전세주택은 2년마다 임대 계약을 갱신하지만 주변 시세에 따라 전세금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첫 전세가의 5% 내에서 인상되기 때문에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최근 확인된 이 단지 장기전세주택 전용 59㎡형 임대보증금은 1억2412만 원으로, 첫 입주 당시보다 54%가량 상승했지만, 현재 이 단지 전용 84㎡형 전세가격은 6억~7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엠벨리 15단지' 전용 59㎡형의 전셋값이 4억5000만~5억2000만 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게다가 자격조건을 유지하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보니 첫 입주 후에도 여전히 매우 저렴한 전세가격으로 거주하는 입주민도 있다. 

    한 입주민은 "장기전세주택도 방 3개에 화장실이 2개 있는 구조로 아이 둘이 다 클 때까지 부족함 없이 살았다"면서 "다른 것은 잘 모르겠는데, 서울시가 서민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