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4년 전 "위성정당은 집단지성 부인하는 것"결국 돌고 돌아 '떴다당' 위성정당으로 회귀꼼수 민주당, 공당(公黨) 지위마저 위태로워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취재진 앞세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취재진 앞세 자리하고 있다.ⓒ뉴시스
    164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으로 선거 관련 법안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선언했다. 돌고 돌아 4년 전 자신이 반대한 '꼼수 선거제'를 유불리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다.

    이번에는 대여투쟁의 일환으로 대놓고 위성정당 창당까지 공언했다. 4년 전 민주당 간판을 내세운 그나마 정직한 위성정당도 아닌 향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신당 등과 야합할 수 있는 '통합형 위성정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적 양심을 저버린 꼼수에 꼼수를 더한 누더기 선거판이 오는 4월 총선에서 펼쳐지게 됐다.

    총선을 65일 앞둔 5일 이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했다. 한때 병립형 회귀를 검토했으나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일자 현행 선거제 유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준(準)위성정당 형태의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소수정당과 연합하는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4년 전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꼼수'라며 반대했다. 2020년 3월 당시 경기도지사 신분이던 그는 페이스북에 "제가 꼼수(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것)에 꼼수(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연합정당을 만든 것)로 대응하는 것은 국민 의식 수준과 집단지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정도가 아니며 오히려 집단지성의 반감을 불러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이번 결정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리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이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반대했다"면서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가 연동형 유지, 권역별 병립형 등 이해득실에 따라 갈팡질팡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이 대표다. 자신의 방탄, 즉 사익(私益)을 위해 총선판을 저울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표의 꼼수정치는 과거에도 자행돼왔다. 2022년 8월 이 대표의 친위대인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민주당 당직자가 기소될 경우 당직을 곧바로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제80조 개정 청원이 빗발쳤다. 검찰이 이 대표 기소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도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지도부는 당직자가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하는 부분은 유지하되,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을 달리할 수 있다는 방탄용 단서를 만들어 당헌을 개정했다. 실제로 그 수혜는 이후 기소된 이 대표에게 돌아갔다. 꼼수정치에 의한 방탄의 끝을 보여준 우리 정치사의 흑역사로 기록되는 순간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진정한 의미의 수권정당을 꿈꾼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심의 통각이 사라진 정당이 권력을 잡으면 국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꼼수에 꼼수'를 더하는 정당이라면 수권은커녕 공당(公黨)의 지위마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