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봇물처럼 이어지는 출판기념회선거일 전 90일 전에만 개최하면 뭐든 '오케이'출판 수익금은 정치자금법·김영란법 사각지대관건은 '투명성'…"명부 작성, 선관위 신고해야"
  •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정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정상윤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깜깜이' 정치후원금 모금 창구이자 정치권의 고질병으로 지적됐던 '출판기념회' 대수술을 예고했다.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얻는 수익은 법적 테두리 밖의 영역인 만큼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적절한 규제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 정치인 출판기념회 주인공은 '이것'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은 출판기념회 형식을 빌려서 정치자금을 받는 관행을 근절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며 "우리 모두 지금까지 출판기념회를 열어서 책값보다 훨씬 큰 돈을 받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것이 사실상 허용돼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언젠가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책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은 단연 '책'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바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책 제목도, 내용도, 가격도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는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에 '책 제목'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로지 '책값' 명목으로 전달되는 '봉투'만이 행사의 주인공일 뿐 책 제목과 내용을 알리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정치자금법·김영란법도 피해간 '책값'

    통상적으로 출판기념회 현장에 참석한 참석자는 책값이 담긴 돈 봉투를 미리 준비된 상자에 직접 넣는다. 

    이 과정에서 이름을 적거나 금액을 밝히는 경우는 없다. 책값은 1만5000원~2만 원 가량이지만 봉투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받는 이들도 없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이 정치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 한도는 대통령 후보 1000만 원, 국회의원 등은 500만 원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받은 수익금은 정치 후원금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치자금'에 해당되지 않는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이에 책값을 지불하는 이들은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건넬 수 있다.

    정치인들 역시 내역을 공개할 필요도, 과세 의무도 없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출판기념회 개최만 제한될 뿐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자금 실탄이 필요한 정치인들이 선거용 출판과 정치자금 수금용 출판기념회를 봇물처럼 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출판기념회 자체는 이상 無, 핵심은 투명성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검찰 압수수색 당시 자택에서 나온 현금 3억 원에 대해 '출판기념회와 부친상 조의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막대한 뭉칫돈임에도 아무런 신고 의무가 없어 발생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출판기념회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불투명하게 운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출판기념회 자체만 보면 정치 신인들이나 초선 의원들이 얼굴을 알리고나 정견을 발표하는 등 국민들과 스킨십을 늘릴 수 있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행사"라며 "무조건적으로 금지해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도를 정해놓고 투명성을 높이면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후원금을 수금하는 고질적인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정치자금에 포함시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름과 금액을 명부에 적는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