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정찰기, 주권 침해"… 김여정, EEZ을 영토라 주장하며 도발 명분 쌓아

북한이 '미 정찰기 격추' 담화 발표 이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두 차례의 추가 담화를 내놓으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오는 27일 북한 주장 '전승절'(6·25전쟁 정전일)을 앞두고 억지를 쓰면서 무력도발 등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군부는 또다시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해 '한미의 정상적인 비행활동'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부인해나섰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지난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15분부터 13시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km~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km 해상 상공에서 조선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례 무단침범하면서 공중정탐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위임에 따라 우리 군의 대응행동을 이미 예고했다"고 밝힌 김여정은 "반복되는 무단침범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의 담화는 지난 10일 오후 9시쯤에도 발표됐다. 늦은 저녁 북한의 담화가 나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해당 담화에서 김여정은 "240n·mile(해리) 이상의 탐지반경을 가진 적대국의 정찰자산이 우리의 200n·mile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명백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로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여정은 "우리 공군의 대응출격에 의해 퇴각하였던 미 공군 정찰기는 8시50분경 강원도 고성 동쪽 400km 해상 상공에서 우리 측 해상군사분계선 상공을 또다시 침범하면서 공중정찰을 하는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왔다"며 군사력을 동원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통상 200해리로 설정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EEZ는 해양자원의 탐사·개발·보존 등과 관련한 국가의 권리를 인정하지만, 영토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한 국가의 영해는 국제법상 12해리(약 22km)다.

그런데도 북한은 EEZ를 자신들의 영해인양 '침범'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 역시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 아닌 '공역'이다.

김여정은 "미국 간첩비행기들이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km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면서 "자작지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은 언제나처럼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곳에서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항해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군 정찰기 격추를 위협한 데 따른 질문에 "북한이 긴장 고조 행동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1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배타적경제수역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실장은 "그러한 곳을 비행했다고 해서 그것을 침범했다고 표현도 하지는 않는데, 그러한 것을 빌미로 삼아서 무엇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내부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고 또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합참은 "한미동맹의 정상적인 비행활동에 대한 북측의 행동으로 초래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측에 있다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