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제3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최송현공원·CGV피카디리서 자유·정의·인권 주제로정전70주년, 北인권, 원자력 등 특별기획전 다양
  • "우스크다라 기더이켄 일디다비르 야그무르~~~".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이 본지에 기고한 칼럼(우리는 왜 돌궐-터키-튀르키예를 돕는가?)에 따르면 지금도 일산이나 파주에 오래 사셨던 80대 이상의 많은 분들은 "위스키달라 기다려라 소주가 나간다"는 독특한 가사의 노래를 흥얼거리신다고 한다.

    사실 이 노래는 튀르키예(Türkiye, 옛 '터키')의 유행가로, 우리나라로 치면 '아리랑'에 해당하는 전통 민요다. 73년 전 '얼굴도 모르는' 형제의 나라를 돕기 위해 한반도로 건너온 튀르키예 병사들이 혹독한 추위를 이기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둥글게 붙어 앉아, 바로 이 노래 '우스크다라'를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사가 "위스키달라"로 들렸던지 터키군이 주둔했던 동네 근처에서 '우스크다라'가 들려오면, 한국인들도 "위스키달라 기다려라 소주가 나간다"고 흥얼거렸고, 터키군이 지나갈 때면 손을 흔들며 "위스키달라"를 외쳤다고 한다.

    박 이사장이 일산-파주 근처 주민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 같은 일화는 그만큼 튀르키예 병사들의 모습이 우리들에게 친근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튀르키예군은 용맹하기도 했지만 막사에서 고아들을 키울 정도로 따뜻하고 정이 많았다.

    25세 청년 슐레이만 소위도 그런 마음이 따뜻한 튀르키예 병사 중 한 명이었다. 1950년 북극성(튀르키예 1차 파병여단) 대원으로 6.25전쟁에 참가한 슐레이만은 전투가 끝나고 후퇴하는 길에 운명처럼 다섯 살배기 전쟁고아를 만나게 된다.

    북한군의 기습으로 이동 중인 차에 불이 붙으면서 급히 숲속으로 피신한 슐레이만은 그곳에서 죽은 엄마의 손을 잡고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슐레이만은 얼굴이 달처럼 둥글고 달빛 아래에서 발견했다는 뜻에서 '달의 후광'이라는 뜻의 '아일라(Alya)'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 소녀를 친딸처럼 극진히 보살폈다.

    이후 귀국 명령을 받은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몰래 가방 속에 넣어 튀르키예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보육원의 신고로 들통나 결국 아일라를 한국에 남긴 채 홀로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아일라는 튀르키예군이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지은 '앙카라 고아원'으로 보내져 '김은자'라는 한국 이름으로 성장했다.

    아일라를 잊을 수 없었던 슐레이만은 계속해서 한국 대사관과 앙카라 고아원에 문의했지만 전쟁통에 끊어진 아일라의 행방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튀르키예한인회를 통해 슐레이만의 사연을 접한 춘천MBC가 발벗고 나서면서, 아일라와 슐레이만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6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두 사람의 감동적인 만남은 2010년 MBC 특집 다큐멘터리 '코레 아일라'를 통해 방영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는 물론 튀르키예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고, 2017년 한·튀르키예 합작영화 '아일라(감독 잔 울카이)'로 재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개봉 당시 튀르키예에서 50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아일라'는 제90회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에 출품되기도 했다.

    '北 인권 기획전'부터 '원자력 특별전'까지 볼거리 다양

    2021년 이 영화를 '초청작'으로 국내에 소개했던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Seoul Larkspu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SLIFF)'는 올해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 피해를 돕는 차원에서 '아일라' 무료상영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실 주최로 닻을 올린 '아일라' 무료상영회는 서울, 부산, 마산, 구미, 안동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며 감동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유종의 미를 장식하는 폐막작으로 '아일라'를 선정했다. 영화제 이후에는 서울 각 지자체를 돌며 '아일라' 무료상영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아일라'는 락스퍼(Larkspur, 참제비꽃)의 꽃말인 '자유'와 '정의', 그리고 '인권'을 기치로 내건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며 "가정의 달인 5월과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라고 추천했다.

    오는 6월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열린송현공원) 특설무대와 CGV피카디리에서 개최되는 '제3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는 △'정전 70주년 특별상영전' △'북한인권 특별상영전' △'원자력 특별기획전' 등 다른 영화제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색다른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정전 70주년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기획된 정전 70주년 특별상영전에서는 폐막작 '아일라'를 비롯해 △'한국동란의 고아' △'장진호전투' △'원한의 도곡리 다리' △'폭찹 고지전투' △'빨간 마후라' △'태극기 휘날리며' 등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탈원전에서 혁신 원자력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원자력 특별기획전'에선 △2022년 베니스영화제 특별 상영작으로 선정됐던 올리버 스톤 감독의 '지금 원자력(NUCLEAR NOW)'과 △'아토믹 호프(AUTOMIC HOPE)' △'판도라의 약속(PANDORA'S PROMISE)'이 상영될 예정이다. 상영 후에는 감독들과 국내 원자력 관계자들과의 포럼 및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된다.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섹션에서는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를 다룬 이용남 감독의 최신작 △'유 돈 노우'와 △미국 VOA(미국의 소리)가 납북 피해자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한 '파란 기다림' △오토 웜비어 사건을 파헤친 '북한에서 오토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국군포로 문제를 다룬 '잊혀진 영웅들' 등 북한 인권 문제를 예리한 시선으로 조명한 영화들이 공개된다.

    그밖에 '자유를 향하여'라는 특별전에서는 △중국 인권 탄압을 다룬 아카데미영화제 캐나다 공식 출품작 '영원한 봄(ETERNAL SPRING)'과 △아르메니안 학살을 다룬 '모국(MOTHERLAND)' △미국 대선 부정선거를 다룬 '누가 훔쳤나(2000 MULE)'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단편영화 공모전에는 올해 총 250여편이 출품됐다. 오는 6월 1일 개막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 △편집상 등 총 다섯 개 부문에 걸쳐 시상할 예정이다.

    부대 행사로는 6월 2~3일 북한 출신 예술단과 국내 유명 가수들이 협연하는 '통일을 위한 평화 한마당' 공연이 열리며 6월 4일에는 정전 70주년 기념 밀리터리 패션쇼가 개최될 예정이다. 행사장 주변에서도 다채로운 문화 체험 이벤트와 사진 전시회 및 섹션별 상징물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일반 상영작과 포럼 등은 CGV피카디리에서 열릴 예정이며 모든 상영작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개·폐막작을 비롯한 전체 상영작 정보는 '제3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