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립연구소 관할하는 에너지부, FBI에 이어 '우한 기원설' 결론中 "연구소 유출은 불가능… 美, '코로나 조사 정치화' 중단하라"WHO, 사실상 2주간 中 현지조사… 원시 데이터 '접근 거부' 당해
  • ▲ 지난 2020년 2월25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저장(浙江)성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보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검사하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이 연구소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에 대해 연구소는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연구소의 고위 관리들이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뉴시스
    ▲ 지난 2020년 2월25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실에서 직원들이 저장(浙江)성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보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검사하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이 연구소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에 대해 연구소는안전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 바이러스가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연구소의 고위 관리들이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뉴시스
    미국 국립연구소들을 관장하는 미국 에너지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Wuhan Institute of Virology)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유보적이었던 에너지부가 연방수사국(FBI)에 이어 새로운 정보를 기반으로 '우한 기원설'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중국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너지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most likely)고 최근 백악관과 의회 주요 인사들에 제출된 기밀 정보 보고서에서 밝혔다.

    정보기관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에너지부가 이번에 손을 들어준 '우한 기원설'은 새로운 정보와 추가 학술문헌 연구, 민간 전문가의 자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너지부가 관할하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지난 2020년 5월에 연구를 통해 '우한 기원설'이 타당(plausible)하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WSJ은 에너지부의 '우한 기원설'이 기존 정보가 아닌 새로운 정보에 기반한 판단이며 에너지부가 이러한 결론을 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부가 상당한 전문 과학지식을 보유했으며, 고급 생물학 연구를 수행하는 국립연구소 네트워크를 감독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부와 FBI는 '우한 기원설'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만 이 같은 결론을 낸 이유는 각기 다른 이유였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에너지부가 '우한 기원설'로 선회하게 만든 새로운 정보와 분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섯 페이지가 채 안 되는 이 보고서는 미 정보기관들이 코로나의 기원에 대해 각기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관 4곳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로부터 자연적으로 전염됐다는 입장이며,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2곳은 '우한 기원설'과 '자연전파설'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반면에 FBI는 중국연구소 유출사고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중간정도의 신뢰수준으로 2021년에 내린 바 있고 여전히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FBI는 미생물학자들과 면역학자들을 비롯한 과학자들을 고용하고 있고, 탄저병이나 기타 가능한 생물학적 위협을 분석하기 위해 국립바이오포렌식분석센터(National Bioforensic Analysis Center)의 지원을 받는다.

    2021년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늦어도 2019년 11월에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산했다. 

    '우한 기원설'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2019년 11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소속 연구원 3명이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세를 보여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정보를 미국 정보 당국이 입수하면서 불이 붙었다. 전직 관료들 일부는 이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에 관여하고 있었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러한 사실이 '우한 기원설'과 '자연전파설' 중 아무것도 강화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출연해 에너지부의 '우한 기원설' 결론 보도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6일 CNN 인터뷰에서 정보 당국에도 "다양한 관점이 있다"면서 "이들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의견 일치(consensus)가 이뤄진 바 없다"며 "아직 그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과 의회에 브리핑할 준비가 된 내용이 있다면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의 마리온 코프만스(오른쪽)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코로나19 대응전문가 패널인 량완녠(왼쪽) 칭화대 교수가 지난 2021년 2월 9일 우한의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WHO 전문가들은 이날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의 마리온 코프만스(오른쪽)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코로나19 대응전문가 패널인 량완녠(왼쪽) 칭화대 교수가 지난 2021년 2월 9일 우한의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WHO 전문가들은 이날 우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코로나19 기원조사를 미국이 '정치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기원 조사는 과학의 문제로,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에 대한 먹칠과 코로나19 기원 조사 문제의 정치화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연구소 유출은 극히 불가능(highly unlikely)하다'는 것이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우한의 관련 실험실을 현지 조사차 방문해 관련 연구 인원들과 심도 있는 소통을 한 기초 위에 얻은 권위 있는 과학적 결론"이라며 "국제사회와 과학계의 광범위한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WHO가 이끄 조사팀은 중국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포함해 4주간 조사하면서 중국 과학자들과 정부 관료들의 보고서들을 제공받았는데, 이 보고서들의 근거가 되는 원시 데이터(raw data)에 대한 접근은 거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