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국 공작원 잠입시켜 '선 시위 후 정권붕괴' 꾀했다는 음모설 나와작년 9월부터 시작된 몰도바 반(反)정부시위, 현 정권 전복 시도 첩보도 나와
  • ▲ 몰도바 지정학적 위치ⓒ구글 맵 캡처
    ▲ 몰도바 지정학적 위치ⓒ구글 맵 캡처
    러시아가 몰도바(Moldova) 현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음모를 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받은 공작원들을 몰도바에 잠입시켜, 정부 청사를 공격하고 핵심 인사를 인질 삼으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산두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러시아·몬테네그로·벨라루스·세르비아 공작원을 투입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외국 공작원들의 임무는 '선 시위 후 정권붕괴'라고 설명했다.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 꼭두각시 정권을 탄생시켜, 몰도바의 유럽연합 가입을 방해하고, 몰도바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하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몰도바 전복설에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전략 소통조정관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몰도바 전복 시도 보도 관련,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여태까지 보여준 러시아의 행동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몰도바 정부와 국민들을 완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는 왜 몰도바까지 노리는 걸까.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한 동유럽의 내륙국이다. 한때 소련의 구성국 중 하나였다. 그러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 독립했다. 이 과정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도 몰도바에 독립을 선언했다. 

    6개월 내전을 거친 결과,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정부와 휴전 협정을 맺었다. 이후 지금까지 미승인 국가로 남아있다. 현재 러시아는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이란 명목으로 1500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트란스니스트리아 친러 분리주의 세력들은 몰도바 정부와 꾸준히 갈등을 지속해왔다. 

    이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에 푸틴은 이 지역을 점령해, 폴란드를 통해 군수 물자를 보급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방어군사력을 분산시키려는 군사전략적 목표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남부 마리우폴과 오데사, 크림반도 및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점령해, 흑해 연안을 모두 차지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몰도바 현 정권은 푸틴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연합 가입 신청 시도를 해왔다. 그 결과, 몰도바는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러자 러시아는 몰도바의 EU 가입 가능성에 발끈했다고 <알자지라>는 밝혔다. 

    아울러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를 비롯해 친러 세력들이 현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시도가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프리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현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시위가 집중적으로 진행됐다"며 "특히 친러 성향인 야당 쇼르당(Shor party)이 조기 선거와 정권 퇴진 시위를 주최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9일, 몰도바 정보당국(SIS)은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러시아가 몰도바 정권을 파괴시키려 한다는 첩보를 전달 받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는 것과 매우 비슷한 계획이다. 다만 러시아가 실제로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산두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때부터 지속되어 온 정부 전복 시도는, 정부 기관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무산됐다"며 정부 기관에 최대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의회에 대내외 위협으로부터 몰도바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몰도바 정보당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법안을 이른 시일 내 발의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 외교부는 "러시아가 몰도바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몰도바를 괜히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