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이 한 몸으로 국정 운영… 선거 통해 국민 평가 받을 수 있을 것""대통령이 당무 참여, 당은 정부 문제에 적극 목소리… 당정 스킨십 강화돼야"美 대통령이 선거 지원, 佛 대통령은 당에 참여…'정치불안' 남미선 탄핵 봇물"책임 없는 정치" 盧, 당정 분리 반대… "참여정부 잘못이 당정 분리" 文도 반대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 분리를 두고 여권에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 직후 국민의힘 명예 당직을 수행하며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통용되던 당정 분리의 정당성을 책임정치로 전환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계기로 당정 분리라는 낡은 상식 깨야"

    여권 고위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정 분리라는 오래되고 낡은 상식을 깰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향식 공천이 횡행하고 권위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개혁이라는 도구로 당정 분리가 나왔다"면서 "이제 정당이 스스로 시스템으로 공천을 하고 있고 국정 운영에서 대통령과 당의 책임을 분리할 수 없는 만큼, 책임정치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명예직을 맡아 당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공식적인 당직을 맡고 당무에 관여하는 것이 법률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인 2002년 5월 당헌·당규 개정으로 당권과 대권 분리를 공식화하면서 대통령이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나오던 당정 분리 주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개정된 국민의힘 당헌 제7조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임기 동안에는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與 당헌에 책임정치 명시… "당, 대통령 국정 적극 뒷받침해야"

    국민의힘은 현재도 당정 분리를 취지로 하는 이 같은 당헌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책임정치를 강조한 조항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8조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 책임을 진다 ▲당정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하여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한다 등 책임정치를 못박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당장 당헌 개정 등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윤 대통령 명예 당대표'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당정 간 스킨십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이 한 몸으로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며 이에 대한 결과를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정에 대통령과 여당을 떼어 놓는다는 것 자체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대통령의 당무 참여도 가능하고, 당이 정부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도록 당정 스킨십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당정 분리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지던 시절에도 있었다. 국민의힘에서는 당헌을 개정해 대통령을 당의 상임고문으로 추대하는 방안도 거론됐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후보로 나서 "현재 당헌은 야당 시절 집권이 최우선 목표였던 시절, 당권과 대권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상임고문을 맡는다고 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당을 지배하고 좌지우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정 분리 실패 자인하며 책임 강조했던 盧와 文

    공교롭게도 당정 분리를 대체할 책임정치를 주장한 시초는 야권 출신 대통령들이었다.

    당정 분리를 정치개혁으로 꼽으며 대선 승리까지 이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당정 분리 실패를 직접 토로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참여정부의 잘못된 부분으로 당정 분리를 꼽기도 했다. 모두 이유는 책임정치가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 원광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앞으로는 당정 분리도 재검토해봐야 한다"면서 "당이 대통령을 흔들어 놓고, 대통령 박살내 놓고 당이 심판 받으러 간다. 어떻게 심판해야 하지요? 책임 없는 정치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승리 직전이던 2017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잘못한 부분 중에 하나가 당정 분리"라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은 제왕적 (당)총재가 돼서 공천도, 재정도, 인사도 좌지우지하는 제왕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되는 것이지, 당정 간 거리를 두는 당정 분리는 정당 책임정치라는 점에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치 선진국에서도 대통령 당무 참여, 현실로 받아들여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정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에서도 대통령의 당무 참여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상황이 불안한 남미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여당에서 명목상 당수 역할을 한다. 대통령은 당의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기간에만 당의 지원을 받고 당선 이후에는 평당원으로서 연결고리를 유지한다. 

    대통령은 당내 국정지원세력 확보를 위해 선거·재정자립과 관련해 간접적 지원활동과 자당 중심의 행정부 인사도 실시한다. 각종 선거와 관련해 자당 후보의 승리를 위한 선거유세 등 지원에 나서고, 당 전국위원회, 상·하원 의원 및 지자체장 재정자립을 위한 후원행사에도 수시로 참석한다.

    프랑스 대통령은 당의 전당대회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되며 당선 이후 당원으로서 당에 참여한다. 당대표 및 상·하원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 인사와 관련하여 지지 의사를 보이는 등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