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측 "저출산 대책 말하니 상의 없었다 비판… 직무 어려워" 대통령실에 책임 전가대통령실 "원내대표 때부터 경쟁력 의문… 총선 패배, 서울시장 패배, 중도층 흡수 어렵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측근들에게 '시간을 갖겠다'며 직을 내려놓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관련 정책을 독자적으로 발표한 지 5일 만이다.

    사퇴를 결심한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경원 당대표 체제로는 총선 필패'라는 기류가 강하다.

    10일 여권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은 최근 측근들에게 전화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나 부위원장이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 부위원장 측 인사는 10일 통화에서 "나 의원이 정상적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할 결심을 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절차를 조율하고 오늘 안으로 사의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 부위원장은 그러나 국민의힘 당대표선거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나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사의 표명을 전하면서 당분간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며 "사의 표명이 곧 출마는 아니지만, 어느 쪽으로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의 표명 이유와 관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정책을 만드는 부서인데 저출산 대책을 이야기하니 바로 '예산은 어떻게 할 것이냐' '상의가 없었다'고 하니 정상적으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나 부위원장이 책임을 대통령실로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조율 없이 저출산 정책을 발표했던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로부터 연일 비판을 받아왔다. 이후 나 부위원장이 내놓은 해명과 관련해서도 거짓 논란이 일면서 대통령실은 사퇴를 압박하는 등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 ▲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 (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 (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나 부위원장의 사퇴 결심을 부른 대통령실의 강한 비토는 결국 다가오는 총선이 윤석열정부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근본 원인은 결국 나경원 자체의 경쟁력 부재"라며 "대통령께서는 대선 과정에서 김기현 의원이 보인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나 부위원장의 원내대표 시절과 이후 선거에서 보인 모습들로는 중도층 흡수가 어렵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분열을 막은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인사들과 불화를 겪고 전국을 돌며 선거 캠페인을 멈췄을 당시 '울산 회동'을 성사시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화해를 주도했다. 

    반면, 나 부위원장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 시절부터 남편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윤 대통령과 사이가 서먹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지명됐던 시기다.

    당시 나 부위원장은 호흡을 맞췄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더불어 '황-나 콤비'로 불렸다. 나 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 개혁 등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원내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여권에서는 '황-나 콤비가 계속 있어 줘야 좋다'는 조롱이, 중도층에서는 최악의 보수정당 지도부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원내대표 이후 나 부위원장의 행보도 미덥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나 부위원장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하며 낙선했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대표선거에도 연이어 도전했지만 패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정적인 의석 수 확보가 필요한 총선에서 나 부위원장에게 선거를 맡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총선에서 필패할 카드"라며 "아마 여권 인사들 모두의 고민일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