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등 입국자… 발진 수포 땐 1339로 신고"동성애 파티서 확산 의심… WHO "19개국 237건 확진"… 치료제 있어 억제 가능
  • ▲ 1997년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손. 손등에 수포성 발진이 보인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997년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원숭이두창 환자의 손. 손등에 수포성 발진이 보인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성애자 파티 등에서 확산된 것으로 의심되는 ‘원숭이두창(원숭이痘瘡·천연두 또는 마마, Monkeypox)’이 세계 19개국으로 번졌다. 질병관리청은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WHO “19개국서 원숭이두창 확진 131건, 의심 106건”…英, 70건으로 최다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이하 현지시간)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현재 세계 19개국에서 131건 나왔으며, 의심 사례는 106건이라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확진 사례가 발생한 나라는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호주, 이스라엘, 모로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슬로베니아, 체코 등이다.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은 영국으로 70건이다. 이어 스페인 41건, 포르투갈 37건, 독일과 네델란드 각각 6건순이다. 캐나다는 원숭이두창 확진은 5건이지만 의심 사례가 18건에 이른다.

    이에 영국 보건당국은 의료진과 밀접 접촉자 등에게 지난주부터 두창(천연두) 백신을 제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창 백신의 원숭이두창 감염 예방율이 85%에 달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감염자와 밀접접촉자에게 최소 3주간 격리를 권고하고, 추가 확산에 대비해 두창 백신 4만 회분을 덴마크 백신제조업체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덴마크 보건당국도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과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로 했다. 미국은 오는 30일 두창 백신공급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WHO “원숭이두창, 백신·치료제 있어 억제 가능…과도한 우려는 자제”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대유행으로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원숭이두창이 제2의 코로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WHO는 이를 두고 “원숭이두창은 억제 가능한 수준의 전염병”이라며 “과도한 우려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세계적 감염 대응국장은 24일 “원숭이두창의 전파 수준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원숭이두창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이미 있어 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드 국장은 이어 “현재 원숭이두창과 관련한 예방백신 지침을 준비 중이며, 회원국들의 방역지원을 위한 추가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며 “너무 과도한 반응을 보이지는 말자”고 강조했다.
  • ▲ 지난 5월 11~12일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에서 열린 대규모 게이 축제 선전포스터. ⓒ축제 주최측 홈페이지 캡쳐.
    ▲ 지난 5월 11~12일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에서 열린 대규모 게이 축제 선전포스터. ⓒ축제 주최측 홈페이지 캡쳐.
    질병청 “원숭이두창, 이미 국내 유입됐을 가능성 배제 할 수 없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도 24일 브리핑에서 원숭이두창 소식을 전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원숭이두창이 사람 간 감염되는 건 드물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해외여행이 대폭 늘어난 데다 원숭이두창의 잠복기가 최장 3주임을 고려하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방역당국의 분석이다.

    방대본은 이날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 원숭이두창이 발생한 나라에서 머물다 온 입국자 가운데 3주 이내에 발진과 수포 등 의심증상이 보이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즉각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아프리카 풍토병 원숭이두창…대규모 동성애자 파티로 급속 확산

    원숭이두창은 주로 감염자의 체액으로 전염된다.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발열, 두통, 오한, 림프절 부종과 함께 얼굴부터 손, 발로 수포성 발진이 나타난다. WHO 안팎에서는 원래 아프리카 일부에서 드문드문 발생하던 원숭이두창이 최근 유럽에서 두 차례 열린 대규모 동성애자-양성애자 파티 때문에 세계 각국에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WHO의 로자문드 루이스 박사 또한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20~50세 사이 남성 동성애자에 집중된 점에 주목하며 “결코 전형적인 감염 사례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지난 23일 WHO의 자문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 의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헤이만 교수는 “얼마 전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대규모 동성애자 축제와 양성애자 축제로 인해 원숭이두창이 유럽과 북미, 호주 등으로 확산됐다는 게 유력한 가설”이라고 지적했다.

    원숭이두창에 걸린 동성애자가 동성애자 축제에서 다른 남성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지고, 이렇게 감염된 남성이 다시 다른 동성애자 또는 이성애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확산됐다는 것이다. 실제 스페인 당국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8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동성애자 축제와 마드리드 소재 동성애자 사우나에 대한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벨기에 당국도 엔트워프에서 열린 페티시 축제 ‘다크랜즈 페스티벌’과 원숭이두창 전염 간의 관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