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3일 극적 단일화… 양측 실무진, 2일 밤부터 분주한 움직임장제원, 2일 대선토론 중 이태규에 회동 제안… 3일 새벽 '편맥' 회동"安, 참 반듯한 사람… 지분 얘기 전혀 없이 미래와 가치, 신뢰 언급"尹 "종이 쪼가리 필요 없어, 安 후보가 나를 믿고, 내가 安 후보 믿겠다"
  •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단일화 합의 관련 공동 선언문 발표한 후 손을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단일화 합의 관련 공동 선언문 발표한 후 손을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간 야권 단일후보 합의 배경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등 양당 실무진 간 지속적인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의원은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이 있던 지난 2일 오후 이 의원에게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되지 않나"라며 회동을 제안, 두 후보 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에 죄 지어서는 안 되지 않나"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후보 간 막판 회동이 결정된 것은 지난 2일 오후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세 번째 법정 TV토론(오후 8~10시)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토론 전 후보 간 회동 일정을 조율했다고 한다. 회동 일정은 토론 뒤 두 후보에게 각각 전달됐다. 단일화 관련 실무책임자로 나섰던 이들은 단일화 결렬 이후에도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의원은 3일 오후 "단일화가 결렬된 (지난달) 27일 밤 제가 이태규 의원에게 전화했다"며 "'협상이 결렬됐지만 우리 창구가 전권대리인이든 아니든 이 창구 깨지면 단일화가 완전히 물 건너간다. 인간관계를 깨지 말고 개인적으로는 이어나가자'고 말했고 이렇게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이어 "어제 제가 전화 드려서 '역사에 죄를 지어서는 안 되지 않나. 당신과 제가 노력을 해서 풀자 해서 밤 9시에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회동은 3일 0시쯤 서울 강남구 소재 장 의원의 매형 집에서 이뤄졌다. 장 의원의 매형과 안 후보 간 인연은 안 후보의 카이스트 교수 시절 맺어졌다고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인해, 토론 뒤 두 후보 모두와 친분이 있는 장 의원의 매형 집을 찾았다고 한다.

    새벽에 만난 두 후보는 2시간30분가량 대화하며 단일화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논의 과정에서 편의점 맥주가 대화 분위기를 풀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 사이에서는 상호 간 신뢰 확인, 합당 방안 등과 관련한 내용이 오갔다고 한다.

    장 의원은 "저는 안 후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반듯한 후보라는 생각을 했다"며 "단 한 번도 자리, 지분 얘기하지 않고 미래와 가치, 신뢰 문제를 언급했다. 윤 후보는 특유의 시원한 어법과 진심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尹 "安이 나를 믿고, 내가 安 믿겠다"  

    "그동안 정치 하면서 만든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고 토로한 안 후보는 "신뢰를 어떻게 주시겠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이에 "종이 쪼가리가 뭐가 필요하겠나. 안 후보께서 나를 믿고, 내가 안 후보를 믿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어 "대한민국이 역사상 성공한 정부를 하나도 못 만들지 않았느냐. 그러면 안 후보와 내가 하나돼 새 정부를 창출하고 성공하는 데 안 후보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성공한 정부는 어떻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돕더라도 윤 후보가 주체 아닌가"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나의 장점은 결정이 빠른 것이다. 그 결정은 혼자 하지 않고 의논해서 빨리 결정한다. 사람을 널리 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양당 간 합당 방안과 관련해서도 윤 후보는 "나에게 맡겨 달라. 이준석 대표도 동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는 결국 3일 오전 2시30분 타결됐다. 후보 간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이 의원이 공동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 초안은 안 후보를 거쳤고,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수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이날 오전 발표됐다.

    국민의당, '김미경 연락설' 부인 

    이런 가운데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2일 대선 토론 도중 장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동을 제안했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지난 2월28일 윤 후보의 춘천 유세 당시 '김 교수 마음이 바뀐 것 같으니 지금 안 후보에게 만나자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안 후보 부부와 가까운 제3의 인사를 통해 권성동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이 의원은 '김미경 연락설'을 부인했다. 이 의원은 3일 오전 이와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이런 것들이 (후보) 두 분의 관계를 굉장히 서먹하게 만들었던 요인"이라고 경계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큰 결정을 단순히 배우자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만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물론 배우자이기 때문에 (후보가 배우자의) 의견을 듣고 참고할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해서 결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 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해왔기 때문에 (이번 단일화 합의는) 후보가 잃을 게 더 많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안 후보는 실리를 좇지 않고 정치 명분을 좇아 왔다"며 "때문에 (단일화 결정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안 후보가 100% 수용·인정해서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권교체가 대의" 

    국민의힘은 3일 새벽 회동이 '양측 간 공감대'를 통해 이뤄졌다는 견해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회동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와 관련 "양측이 서로 공감대를 가지고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일단 장 의원과 이 의원 간 접촉이 있었고, 접촉 후 두 후보 간 결단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단일화) 결렬 뒤 후보의 뜻을 가지고 양측 간 의견을 조율한 것은 없다"고 밝힌 이 수석대변인은 "결렬 이후 어제 오후 늦게부터 실무자 간 교류가 전격적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부연했다. 

    단일화 합의의 결정적 배경을 두고는 "단일화는 원래 어렵고, 과거 단일화에 실패한 적 많았고, 무늬만 단일화였던 적이 많았다"고 지적한 이 수석대변인은 "(이번에는) '정권교체'라는 대의가 워낙 크다"고 강조하면서 "대의라는 건 국민들이 요구하는 바이고, 많은 국민들이 요청하는 게 정권교체"라고 되짚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권교체 대의에 입각해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대구시 수성구 소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 관련 사전 인지 여부와 관련 "저는 3월3일쯤 변화 있을 거라고 꾸준히 주변에 말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단일화) 조건이라 하면, 사퇴 후 지지 선언에 따른 공동정부 운영이나 인수위 과정 참여는 전적으로 윤 후보의 몫"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양당 합당 관련 실무 절차를 대선 뒤 일주일 내로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대통령선거가 종료된 이후 일주일 이내로 합당에 대한 실무적인 절차를 마무리해,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의 국민의힘 내에서의 정치활동이 지방선거 등에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