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법원이 지난 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발부하면서 '50억 클럽'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수사에 관심이 모인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50억 클럽' 멤버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과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홍모 씨'다.
특히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 '홍씨'로 유력하게 지목되면서 언론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그의 불명예스러운 이력이 거론되는 동시에 '언론인 자격론'까지 불거졌다. 또 홍 회장을 포함한 '50억 클럽'을 대상으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면서 검찰의 신속한 수사 착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복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홍 회장은 화천대유로부터 30억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60억원을 받았지만, 모두 차용증을 썼고 그 돈을 상환했다. '언론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라도 이 부분을 대상으로 검찰의 진실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언론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언론사 회장이 직접 '기사거래'
홍 회장이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되면서 그의 과거사도 재조명됐다. 화천대유 금품수수 의혹에 다른 의혹까지 더해지자 언론계에서는 '홍 회장이 언론사 회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홍 회장은 2015년 IDS홀딩스 측 관계자로부터 'IDS홀딩스' 사건과 관련한 '고발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직후 소위 '기사거래'를 한 의혹을 받는다. 머니투데이 계열 뉴스 통신사인 뉴스1의 기사를 삭제하는 대가로 IDS홀딩스로 하여금 수천만원짜리 광고를 집행하도록 했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IDS홀딩스' 사건은 '제2의 조희팔'로 불리는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 씨가 2011년 11월∼2016년 8월 고수익을 미끼로 1만 명이 넘는 피해자로부터 1조원 넘는 투자금을 가로챈 사건으로, 김씨는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홍 회장의 '기사거래' 의혹에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2019년 4월30일 홍 회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경찰청에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홍 회장이 사주인) 뉴스1은 IDS홀딩스에 대해 2014년 11월부터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2015년께 김 대표가 홍 회장에게 IDS홀딩스에 대해 불리한 기사를 삭제하거나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1조원대 사기꾼들의 청탁을 받고 사기 폭로기사를 삭제한 범행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입수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IDS홀딩스 김 대표 측이 홍 회장에게 기사 무마를 청탁한 정황이 다수 있다.
이들 단체가 경찰청에 제출한 고발장에 담긴 문자메시지에는 IDS홀딩스 직원이 2015년 6월 김 대표에게 "홍 회장하고 운동 중입니다. 기사 어제 다 내리기로 했는데 (뉴스1) 국장이 입원해서 월요일 다 내리도록 합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이 직원은 며칠 뒤 김 대표에게 "오늘 기사 내린다고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IDS 청탁으로 해당 언론사의 비판기사가 삭제됐다고 주장하며 "그 무렵 김 대표가 지배하는 KR선물은 뉴스1과 5000만원 상당의 광고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또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고(故) 장자연 씨 사건 관계자로 지목돼 경찰의 조사를 받은 일도 있다.
"언론사에 몸 담을 자격 없다"
화천대유 연루설과 함께 이 같은 홍 회장의 '과거사'가 재조명되자 언론계에서는 검찰과 홍 회장을 향한 비판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한 일간지 중견기자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기자가 (IDS홀딩스 측의) 폭력과 협박까지 감내하며 쓴 기사를 홍 회장이 무슨 권리로 내렸나. 이는 타 언론사에는 없는 직권남용"이라며 "홍 회장은 이미 언론인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언론사 기자는 "박수영 의원이 지목한 5인뿐만 아니라 홍 회장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이러니 검찰이 '편향성' '중립성' 문제제기를 받는 것"이라면서 "이미 증거인멸했을 수 있겠지만, 이들에 대한 수사도 하루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국회의원은 "'기사거래'는 언론계에 오래도록 뿌리박힌 병폐"라면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당연하지만, 올바른 언론생태계를 위해서라도 '기사거래'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