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2012년 폐지 발의했던 '후보비방죄'로 야당 정치인 무더기 고소… 처벌 요구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남편 소유의 도쿄 아파트를 두고 비판을 쏟아낸 국민의힘 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한 가운데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종현 기자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남편 소유의 도쿄 아파트를 두고 비판을 쏟아낸 국민의힘 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한 가운데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이종현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후보가 남편 소유의 도쿄 아파트를 두고 비판을 쏟아낸 국민의힘 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박 후보가 야당 인사들이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공직선거법 조항과 관련, 2012년 처벌 요건 강화와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중적 행태"라며 비판에 나섰다. 

    "의혹 쉽게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해명 통해 검증해야"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 후보는 2012년 6월 허위사실공표죄의 처벌 요건을 강화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제250조 제2항에 낙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의 경우 허위임을 알아야 하고,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 추가 ▲낙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 행위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그 행위가 공공성 또는 사회성이 있는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써 사회의 여론 형성 및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제250조 제4항 신설 ▲제250조 후보자비방죄 삭제 등 3가지가 담겼다. 

    당시 박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일명 '정봉주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기자들에게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결별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BBK는 이명박이 100% 소유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박 후보는 당시 개정안 발의 이유로 "진실일 수도 있는 사실에 대한 표현행위를 봉쇄함으로써 발생하는 해악이 더 심대하다"며 "선거는 진실의 추구가 중요하기 때문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의혹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의혹을 쉽게 해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해명을 통하여 검증이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하여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 없으면 입 다물라는 것은 인류 역사 사상·문화 발전 포기하라는 것"

    박 후보는 이어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것은 인류 역사의 사상·문화의 발전을 포기하라는 것임은 물론 모든 권력비리에 관해 침묵하라는 것"이라며 "정치적 공방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박 후보가 자신이 폐지를 주장했던 법 조항을 이용해 자신을 비판한 야당 인사들을 무더기 고소했다는 점이다. 

    박 후보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성일종·김은혜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후보자 비방 및 형법상 모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박 후보가 보유한 도쿄 아파트를 '초호화 아파트' '야스쿠니 뷰' '진정한 토착왜구' 등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와 후보자 비방은 박 후보가 각각 처벌 요건 강화와 폐지를 주장했던 조항이다.  

    9년 후 돌변한 박영선 "선거 풍토 경종 울려야… 엄중 조사해 엄벌해 달라"

    게다가 고소장에 적시된 내용은 국민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해소를 강조했던 박 후보의 과거 주장과도 배치된다. 해당 고소장에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서 유권자 판단을 오염시키는 위법행위를 엄단하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선거 풍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피고소인들을 엄중히 조사하시어 엄벌해 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출신인 박 후보가 무리한 고소로 비판을 자초한다는 시선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통화에서 "야당의 비판이 법률상 사실 적시로 볼 수 없어 불가능한 고소라는 것을 박 후보가 모를 리 없는데 상황이 급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판단하는 이중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