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2일 참여정부 천정배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 "독립성 훼손" "尹, 검찰 떠날 수도"
  • ▲ 윤석열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전날 추 장관이 국회에서 "결단"을 예고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검찰총장이 사퇴한 전례가 있는 만큼, 추 장관이 사실상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오는 3일로 예정됐던 전문수사자문단 회의을 취소하며 일단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추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공문을 대검찰청에 내려보냈다. 

    추 장관은 공문에서 "본 건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공정하고 엄중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언유착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추미애 "검언유착 수사에서 윤석열 배제"

    추 장관은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로 △전문자문단 소집 결정 및 단원 선정 과정에서 검찰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의가 제기된다는 점 △대검 부장회의가 설치돼 심의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전문수사자문단이 중복해서 소집됐다는 점 △피해자의 신청으로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도 예정돼 결론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청법 8조를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은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검찰청법 8조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2일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 근거를 폐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검찰청법 8조를 "법무부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는 문구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조 의원 측은 "최근 추 장관이 윤 검찰총장에게 개별 사건을 지휘하려고 해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장관이 명시적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에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장관은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에도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규정의 개폐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사실상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수사지휘권을 거부한다면 검찰은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며, 반대로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하고 총장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총장이 외압에 무릎을 꿇었다"는 검찰 내부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대검, 부장회의… "윤석열, 검찰 떠날 수도"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윤 총장이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윤 총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법무부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한 첫 검찰총장이라는 치욕스러운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어차피 자리를 유지해도 전혀 역할을 할 수 없는 식물총장으로 남게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법무부장관 지휘권이 발동된 것은 나치 치하의 독일"이라면서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 지휘권 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역사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부장회의를 소집하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수용할지 여부 등을 논의하고, 우선 오는 3일로 예정됐던 전문사수자문단 회의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일부 수용한 셈이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에 독립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하라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은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져버렸다"면서 "탄핵소추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일께 발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