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근본적 검토" 주장… 오후 "그런 적 없다" 후퇴… "전략" "무리수" 해석 갈려
  • ▲ 김종인(사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4일
    ▲ 김종인(사진)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4일 "기본소득을 내가 주장한 것은 없다"고 말하며 기본소득 관련 정치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기본소득' 이슈를 띄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반나절 만에 "기본소득을 내가 주장한 적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당내 반발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과, "기본소득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섣불리 이슈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엇갈렸다. 정치권의 논란도 커졌다. 

    김 위원장은 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기본소득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우한코로나로 인해 세계경제가 '공황상태'라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김 위원장은 "전에 없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국민의 안정과 사회공동체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통합당이 그동안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전 국민 기본소득 주장에 사실상 공식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는 자신의 발언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뒤집었다. 

    반나절도 안 돼 "난 기본소득 주장한 적 없다" 말 바꿔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원장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어느 연령대부터 지급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기본소득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당장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정책이 지속가능해야 하는데, 아니면 당장 실행할 수 없다. 기본소득이든 무엇이든 하려면 이를 시행하기 위해 재정 뒷받침을 어떻게 하느냐를 계속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나절 만에 뒤집힌 김 위원장의 '오락가락' 발언에 정치권에서는 종일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이 보수진영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기본소득 준비가 안 돼 발을 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란전략" ↔ "무리한 이슈화" 해석 엇갈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이라는) '좌파의 아젠다를 선점해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그러나 당내 반발은 물론이고, 오히려 집권세력 등에서 재원 조달에 대한 질문과 같은 의문이 이어지자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김 위원장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의식할 인물은 아니라면서도 "김 위원장 본인의 생각과 컨셉트를 확정하지 못한 와중에 이슈화는 끌고 가려고 한 것 같다"고 봤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간곡하게 부탁드리는 것은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어도, 과거의 가치관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어도 너무 시비를 걸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본소득에 대한 확답 대신 모호한 대답을 내놔 이슈몰이를 이어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과거 행보 등을 보면 당내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여당 쪽에 던지는 메시지"라며 "(3차 추경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감언이설을 하지 말고, 재원조달 방법을 마련한 뒤 복지를 논하라고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