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압박 WHO, 중국 돈 10조원 받기로… 출신국 에티오피아는 중국에 14조원 거액 빚져
  • ▲ 에티오피아 출신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뉴시스
    ▲ 에티오피아 출신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뉴시스
    2017년 5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0차 세계보건총회. 이날 열린 세계보건구기구(WHO) 신임 사무총장 선거에서 에티오피아 출신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후보가 133표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2위인 영국의 데이비드 나바로는 에볼라와 조류독감 등 전염병 전문가로 인정을 받았는데도 50표에 그쳤다. 처음 도입된 전 회원국 직선제 방식의 사무총장 선거에서 WHO 회원국들은,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 대한 안이한 대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염병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안팎의 요구를 물리치고, 에티오피아 보건부 장관 출신의 정치인을 선택한 것이다.

    이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최근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해 연일 중국을 두둔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테드로스는 시진핑 주석과 만나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보여준 확고한 해결의지와 시의적절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처가 감탄스럽다(admirable)"며 "시 주석이 개인적으로 훌륭한 리더십과 지도자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대처는 단지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런 빠르고 광범위한 대처는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것"이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선 WHO 사무총장의 이런 친중적 태도에 대해 불만을 넘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WHO가 지난달 30일 감염자가 9000명이 넘어서야 비로소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도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이 크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것부터 여러 국가로 이뤄진 국제기구가 특정 국가의 편을 든다는 것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드로스와 WHO의 '중국 편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던 문제였다. 

    "테드로스 선거운동, 중국이 금전적 후원"

    테드로스는 지난 2017년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WH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당시 테드로스 후보의 선거운동을 중국이 돈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테드로스 신임 총장은 당선되자마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그가 총장으로 선출된 바로 다음날 나왔다. 당시 테드로스 총장 당선자는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한 리빈 중국 국가위생계획출산위원회 주임과 회담에서 이같이 말하며 "유엔총회와 세계보건총회 결의에 따라 대만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리빈 주임은 중국은 계속해서 세계보건기구와 심도 있는 다양한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홍콩·마카오 등이 모두 자신의 일부라는 중국의 주장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었다. 이때부터 WHO가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의문이 분명해졌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테드로스의 공언대로 WHO는 2017~2019년 연례총회(WHA)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았을 뿐더러, 대만 언론의 취재요청까지 거부했다.

    미국이 손 떼니… WHO, 재정압박에 중국 투자 기대

    대신 중국은 테드로스 총장이 당선된 후 600억 위안(약 10조 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원을 줄이기로 하자 재정 압박에 처한 WHO가 중국의 눈치를 노골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UN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제3세계가 지배하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미국은 국제문제 해결에서 과연 UN이 의미가 있는 제도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UN과 관계를 멀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기구의 말을 듣는 것은 제3세계의 말을 듣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WHO는 보건분야의 UN전문기구 중 하나다.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다보니 재정문제는 WHO를 비롯한 유엔 기관이 모두 가진 골칫거리가 됐다. 테드로스가 총장으로 선출된 다음날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2013~2014년 1만1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에 WHO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꼬집으면서도, WHO의 재정 문제가 신임 총장의 큰 도전일 거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가디언은 "유엔 기구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회원국들이 점점 줄고 있다"며 "신임 사무총장이 싸워야 할 것은 WHO의 개혁 어젠다보다 재정 안정성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티오피아, 일대일로 참여로 중국에 거액 빚져

    에티오피아와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맺어진 사정도 테드로스 총장의 친중 행보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와 그 인접국인 지부티를 잇는 철도건설 사업을 2016년 10월 완료했다. 투입된 자금은 약 40억 달러였다. 문제는 중국이 무상지원이 아니라 대출을 통해 이 사업을 지원했다는 데 있다. 완공 후 2년도 못 가 이 철도가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에티오피아는 40억 달러를 고스란히 중국에 빚 진 상태다. 

    이 채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양국은 아직도 협상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 2000년 이후 중국이 에티오피아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121억 달러(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레라 은폐에 가담했다" 공격에 "전혀 몰랐다" 해명도 논란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에티오피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과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상대 후보 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유력주자로 꼽히던 영국의 데이비드 나바로 측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에티오피아의 보건부 장관에 재직할 때 콜레라가 대규모로 유행했는데도 이를 단순한 설사질환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런 의혹에 테드로스는 "나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는데, 당시 보건부 장관이던 인사의 해명으로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이런 의혹이 그의 위상을 "심각하게 위협(seriously undermine)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는 무난히 신임 총장으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