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양광 복마전 보도에 헬기 사고 영상 미제공 논란… 안팎으로 '동네북' 자초
  • ▲ 양승동 KBS사장. ⓒ뉴데일리
    ▲ 양승동 KBS사장. ⓒ뉴데일리
    "공영방송이 누구보다 더 규정을 잘 지키는 '모범방송'을 해야 하는데…, 준법정신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닙니까?"

    지난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58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KBS의 부실경영을 지적하는 상임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회의에선 방통위가 실시한 '2018년 방송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절차가 진행됐는데, 지상파방송사업자(이하 지상파)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전년대비 하락세가 뚜렷한 KBS가 집중적인 성토 대상이 됐다.

    상임위원들은 2017년과 비교해 MBC와 SBS 모두 총점이 올랐는데 유독 KBS1·2 채널만 하락한 점을 문제 삼았다. KBS가 방송 심의규정과 관계법령을 위반하고, 상위 직급을 줄이지 않아 직제개편 시정명령까지 받은 점을 들어 "준법정신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심의규정 준수만 놓고 보면 민영방송인 SBS가 KBS보다 더 '모범방송'을 했다" "총체적 부실 덩어리다"같은 굴욕적인 평가도 있었다.

    KBS, 2018년 방송평가서 '15개 항목' 1위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KBS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 심의규정'과 '관계법령'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KBS는 '상위직급 비율을 줄이라'는 방통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사실로 가장 호된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KBS가 과다한 상위직급 비율을 감축하는 '직급체계 개선안'을 제출하지 않아, 방통위로부터 '재시정명령'을 받은 건 올해 8월에 있었던 일이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심의한 '방송평가 결과'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각 방송사들의 방송 내용·편성·운영 등을 평가한 것으로, 올해 있었던 실적과는 무관하다.

    방통위가 공개한 2018 지상파(TV) 중앙 3사(4개 채널) 방송평가 점수표에 따르면 KBS1은 '방송심의 제규정 준수' 항목에서 100점 만점에 79점을 받았고, KBS2는 92점을 받았다. 4개 지상파 채널 중 KBS2가 1위, KBS1이 3위였다. SBS는 85점으로 2위, MBC는 71점으로 4위에 그쳤다. KBS가 지난해 '방송심의 제규정 준수' 항목에선 적어도 MBC·SBS 양사보다 형편없었다고 폄훼당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상임위원들로부터 두 번째로 많이 지적받은 '방송법, 공정거래법 등 관계법령 준수' 항목에서도 KBS1·2는 40점 만점에 각각 28점을 얻어 공동 1위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각종 규정을 잘 지켰다"고 호평받은 MBC와 SBS는 이 항목에서 각각 24점을 받았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MBC와 SBS가 총 평가점수에서 2017년보다 많이 상승했다고 호평했으나, 항목별로 보면 KBS1 혹은 KBS2가 1위를 차지한 항목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23개 항목 중에서 KBS가 지상파 부문 1위에 오른 항목은 15개나 됐다. MBC와 SBS는 각각 9개씩 1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MBC 혹은 SBS와 공동 1위에 오른 항목을 제외해도 KBS는 9개 항목에서 타 지상파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상임위원들은 SBS는 '방송심의 규정 위반' 항목에서, MBC는 '편성 관련 규정 위반' 항목 등에서 각각 상승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지만, 각각의 항목에서 1위에 오른 채널은 KBS2와 KBS1이었다.

    방송평가 총점에서 1위를 차지한 방송사도 KBS(KBS1)였다. KBS1은 '2017년 방송평가'에서도 지상파 TV 분야 1위를 차지했다.

    "KBS, 잇단 방송사고로 '방송평가 1위' 생색 못내"


    이처럼 KBS가 여타 지상파보다 방송평가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했음에도 불구, 방통위 상임위원들로부터 "총체적 부실 덩어리"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은 이유는 뭘까?

    방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KBS가 방통위가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에서 '3년 연속' 총점이 감소하는 하락세를 보인 점도 있지만, 올해 유독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는 방송사고를 많이 낸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KBS는 △올 한 해 강원도 산불 사태를 늦장 보도하고 △강릉에서 찍은 방송을 고성 현장에서 찍은 것처럼 허위 보도하는가 하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보도를 하면서 자유한국당 로고인 횃불 이미지를 사용하고 △독도 추락헬기 이륙 영상을 찍고도 경찰에 제출하지 않는 등, 공영방송에서 일어나선 안될 치명적인 사고를 수차례 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방통위 상임위원들도 KBS가 방송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관계법령 준수나 방송 심의규정 준수 같은 항목에서 점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또한 "이번 평가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올해 들어 KBS가 '태양광 비리 의혹 보도'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의 자산관리사(김경록) 인터뷰' 등으로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소문이 방송가에 파다하다"며 "지난달 중순 청와대 비서실장과 지상파 3사 보도본부장 간의 '음식점 회동'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방통위원들이 KBS를 지목해 비판의 소리를 높인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MBN, 전년대비 방송평가 점수 급락… '내부점검' 필요"


    한편, 자본금 허위 납입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MBN은 이번 방송평가에서 방송 심의규정 위반, 오보, 재난방송 미편성, 수상 실적 미비 등으로 내부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MBN은 '2017년 방송평가'에선 100점 환산 기준으로 84.93점을 받았으나 지난해 평가에선 79.59점을 받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방통위는 MBN의 방송면허가 내년 11월 30일 만료되는 것을 감안해 내년 10월께 심사위원회를 꾸려 재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종편 중에선 채널A가 90.1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고 JTBC(88.55점)와 TV조선(86.64점)이 그 다음 순을 이었다. MBN을 제외한 나머지 종편사들은 전년대비 총점이 모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