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단 변호사 폭로 파장..."보고서가 (과거사위에) 난도질 당하고 있다는 소문"
  •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9일 오후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한 수사 내용 결과를 발표했다.ⓒ정상윤 기자
    ▲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9일 오후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과 관련한 수사 내용 결과를 발표했다.ⓒ정상윤 기자
    1년 6개월간 '김학의 사건' 등을 조사해온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공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진상조사단 보고서가 압축되는과정에서 특정 의견들이 대거 삭제되거나 축소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미리 답을 짜맞춰놓고 보고서를 각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와, 실제 과거사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내용이 다른 부분이 많다. 진상조사단원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박 변호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학의 사건에서 '수사 촉구'. 참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식으로 '수사 의뢰'를 못하는 이유가 있다"며 "구체적 혐의와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앞서 쓴 글에서도 "김학의 사건에서 가장 큰 쟁점인 '이 모 씨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해 보고서를 쓴 조사단원과 다른 단원들의 생각이 달랐다"며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단원,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함께 했던 단원들이 뒤늦게 보고서 내용을 보니 '만장일치'라고 이야기했던 결론과 다른 내용이 들어가 있어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의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를 주장했던 여성 3명 중 특정 1인에 대해서만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객관적 자료와도 크게 모순되지 않는다"고 보고서에서 서술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내용들과 조사단원들의 주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위원회가 짜맞춰진 답을 위해 이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건설업자 윤씨 유착 인사 '수사 촉구'도 논란

    과거사위가 검찰에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접대 의혹을 받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차장검사 수사를 촉구한 대목도 논란이다. 진상조사단 내에서도 "수사는 수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인데 본 적도 없는 동영상을 언급하며 수사를 촉구한다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과거사위는 29일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김학의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심의했다"며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상태다. 대상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차장검사 등이다. 이에 진상조사단 내에서는 "제출된 보고서가 (과거사위에 의해) 난도질 당하고 있다"는 말이 돌았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윤 씨와 교류했다는 정황을 들어 "윤씨가 횡령 사건으로 수사를 받을 때 '수사관이 아닌 검사에게 수사받게 해달라'는 진정서를 한 전 총장에게 냈는데 그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전 총장은 "사건이 중앙지검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고, 심지어 검찰총장으로 내정받아 국회 청문회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사건에 개입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에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용민 변호사 등 과거사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역시 과거사위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곽상도 "당초 수사 권고가 허위 사실에 기초한 것"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쏟아졌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과거사위의 수사 권고가 허위 사실에 기초한 것임에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사위가 김학의 영상을 2013년 3월 19일 최초로 입수했다는 경찰 주장에 따라 당시 민정라인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지만, 이후 경찰이 3월 이전에 영상을 입수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김학의 사건 수사에 청와대 외압이 있었던 것처럼 짜 맞춘 것이었기에 번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 배후는 현 청와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