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이해찬 대표가 동료 101명 명단 합수부에 제출"…이해찬 "회고록에서 밝히겠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9차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9차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심재철·유시민·이해찬. 이들 중 '밀고자'는 누구일까.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말 "유시민의 90쪽짜리 자필 진술서가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눴다"고 1차 폭로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과거 선·후배 및 동료 101명의 명단을 작성해 합수부에 제출했다"고 2차 폭로전을 펼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회고록에서 밝히겠다"며 사실상 노코멘트 방침을 밝힌 상태. 심 의원 측은 "이 대표 진술서도 있다"며 진술서 공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 의원은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점을 두고) 역사적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밝혔다. 다른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1980년 6월24일 체포된 이해찬 민주청년협의회 위원장대리는 A4용지 7쪽짜리 분량의 101명 동료 명단을 합수부에 제출했다. 동료들의 전과, 주요 활동 등 역시 구체적으로 담았다"고 폭로한 것에 대한 설명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무시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심 의원의 폭로가 있던 14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당시 제가 합수부에서 오래 조사받았고 고문 많이 당해서 (전후 사정을) 안다. 나중에 죽어서 회고록 쓸 때 말씀드리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심 의원에게 트라우마가 됐나보다. 안쓰럽다"고 말했다. 


  •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DB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뉴데일리DB
    유시민이 불씨 당긴 '밀고자' 공방...이해찬까지

    내용의 핵심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사건 당사자'들이 신군부의 조사를 받게 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즉, '변절자가 누구인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40여 년이 지난 사건을 두고 심 의원은 갑자기 왜 관련 내용을 폭로, 진실공방을 벌이게 됐을까. 그 불씨를 당긴 것은 유 이사장이다. 지난달 유시민 이사장이 한 방송에 출연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유 이사장은 4월20일 KBS '대화의 희열'이라는 방송에 출연해 "(학생운동 하다 잡혀) 하루에 진술서 100장을 썼는데, 다른 동료들을 노출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에 문제를 제기했고, 몇 차례 공방 후 심 의원 측은 끝내 두 사람의 과거 합수부 진술서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 당시 심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유 이사장은 서울대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을, 이 대표는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을 맡았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당시 함께 신군부에 맞서 투쟁하던 동료관계다. 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이들이 체포된 순서는 유시민(06.12), 이해찬(06.24), 심재철(06.30) 순이다.

    유 이사장은 최근 공방 과정에서 "심 의원 진술에 맞춰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고, 이 대표는 1998년 <신동아> 인터뷰에서 "먼저 잡힌 심재철의 자백으로 내가 고문을 심하게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심 의원 측은 "체포 순서와도 맞지 않다.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맞섰다.

    심 의원 측 "노코멘트는 자유지만…"

    유 이사장의 당시 진술서는 이미 공개됐지만, 아직 이 대표가 과거 합수부 수사에서 작성한 진술서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심 의원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해찬 진술서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 이사장의 진술서처럼 언론에 공개할지는 “아직 다방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 측은 "이해찬 대표가 제출한 101명 리스트는 민청협 회원 48명과 유시민이 지켰다고 해명한 서울대 비밀 조직원 2명, 각 대학 복학생 리더들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이 대표의 진술서가 신군부의 내란음모 조작에 일조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의원실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민주주의 발전 중요 포인트가 되는 귀중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좌파진영 의원들이 과거 사실을 곡해해서 판단기준에 맞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폭로 배경을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은 "회고록 때 밝히겠다고 언급한 입장 그대로"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에 심 의원 측은 "'노코멘트'는 자유다. 다만 1998년 언론 인터뷰에서 허위 사실을 코멘트한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기에 유시민 씨가 '심 의원이 억울했나보다. 안쓰럽다'고 조롱성 발언을 했는데, 본인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