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허위 진술, 나를 배신자로 몰았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공판내용 공개
  •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DB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DB
    '서울의 봄'을 함께했던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그 정도를 넘어 '어제도 동지가 아니었다'고 때 아닌 공방을 벌이고 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신군부의 조사를 받게 된 원인이 과연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이 당시 동지들의 목에 칼을 겨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새롭게 진실공방이 벌어진 것은 지난달 2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 '대화의 희열'이라는 방송에 나오면서다. 그는 "내 뜻밖의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곳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인데,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혀) 하루에 진술서 100장을 쓴 적이 있다.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조직은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모든 일이 우리 학생회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썼다"고 무용담처럼 과거를 회상했다.

    이에 심재철 의원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진술서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스물한 살 재기 넘치는 청년(유시민)의 90쪽짜리 자필 진술서가 다른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됐고, 이 중 3명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24인 피의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다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심 의원이 공개한 건 자필 진술서인데, 1980년 7월 중순 이후에 쓴 거로 보인다. 심 의원이 잡혀온 6월30일 이후 합수부에 재차 불려가 심 의원이 진술한 내용에 맞춰 자술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 의원이 6일자로 공개한 두 진술서를 보면, 유 이사장의 진술서에는 ‘1980년 6월 12일자술인 柳時敏(유시민)’이라는 자필이 있고, 심 의원의 자필 진술서 작성 시점은 6월30일로 적혀 있다. 유 이사장의 진술서 작성 시점이 18일 가량 앞선 점으로 보아 “심 의원 진술에 맞춰 썼다”는 유 이사장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심 의원의 반박은 "유시민이 이제 와서 마치 자신만 깨끗한 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했다.ⓒ이종현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했다.ⓒ이종현 기자
    "나 때문에 이해찬이 고문? 그가 먼저 10여 차례 자백"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심 의원의 진술서는 총 13장, 유시민 이사장의 진술서는 총 90장이다. 또한 시점 역시 유 이사장이 앞서 있다. 

    그런데 왜 심재철 의원에게 '배신자' 낙인이 찍힌 걸까. 심 의원 측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터뷰가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대표가 1998년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먼저 잡힌 심재철이 자백을 해서 내가 고문을 심하게 받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허위라는 것이다.

    심 의원은 지난해 10월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해찬이 체포된 것은 1980년 6월24일이고, 내가 체포된 것이 6월30일이다. 이해찬 의원은 체포 이후 6월26일 자필 진술서를 시작으로 총 10여 차례 자백했다"며 "내가 보수정당에 입당한 이후 진행된 이해찬 의원의 1998년 인터뷰는 완전 사실관계가 거꾸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8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시 정황을 재확인했다. 

    앞서 한 언론은 심 의원이 "이해찬 대표가 101명의 민주화 인사의 행적을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심 의원은 그러나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판결문 내용도 허위로 공격하는 부도덕, 국민들께 알릴 것"

    심 의원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고인 중 김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금품을 받지 않은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다른 피고인들은 모두 공판에서 금품수수와 교부 사실을 시인했다"며 "나는 지금껏 침묵하고 있었지만 더이상 민주화 경력이 자신들의 것인양 판결문에 판시된 내용도 은폐하며 상대진영에 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로 공격하는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국민들께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이번 폭로 배경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7일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투옥시킨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유죄판결에서 핵심 법정증언이 바로 형(심 의원)의 증언임이 역사적 진실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어찌 형만 부정하냐"고 비난했다. 이에 심 의원은 “내가 체포되기 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다른 피고인의 자백으로 완성돼 있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심 의원은 "오히려 유 이사장의 진술서에 내 이름은 78번 언급됐고, 이는 검찰 공소사실에 결정적인 입증이 됐다. 반면 내 진술로 새로 지명수배되거나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없다. 김 전 대통령의 1980년 내란죄 유죄 판결문에 증거요지로 등장하는 63명 중 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