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의원 "좌파 역사공정 중단" 요구… 나경원 "김원봉 서훈은 北에서 받아라" 질타
  • ▲ 2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 회의 모습. 왼쪽부터 정용기 정책위의장, 나경원 원내대표, 정양석 수석부대표. ⓒ이종현 기자
    ▲ 2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 회의 모습. 왼쪽부터 정용기 정책위의장, 나경원 원내대표, 정양석 수석부대표. ⓒ이종현 기자
    보훈처의 '김원봉 독립유공자' 만들기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피우진 처장에게 격렬한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보훈처는 1일 김원봉의 '공적'을 부각하는 토론회를 강행했다.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원봉 서훈은 북한으로부터 받는 게 맞다"고 공격했다.  

    나 원내대표는 2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원봉 서훈은 독립유공자 포상에 관한 각종 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북한정권 수립의 주역이자 이후 김일성 밑에서 장관에 해당하는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의 전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정부 정책은 대부분 좌파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념이 필요 없는 시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함께 꼬집었다. 이어 보훈처 등의 잇따른 김원봉 서훈 시도를 비판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우파 이념이 필요 없는 시대란 뜻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열린 토론회를 직접 겨냥해 문제삼았다. 김종석 의원은 "피우진 보훈처장이 북한정권 김일성 밑에서 장관을 지내며 남침을 적극적으로 준비한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추천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며 "토론회 발제자 3명 모두 노골적으로 김원봉 서훈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그의 독립운동 활약상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유공자 훈장 줘서 통일 기반을 다진다?

    국가보훈처 산하 독립기념관이 1일 개최한 '약산 김원봉의 독립운동에 대한 현재적 검토' 토론회 얘기다. 

    토론회에서는 "숙청 등으로 북한정권에서 배제된 자들은 그 나름의 (독립운동) 공적을 평가해줄 필요가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북한정권 수립 가담자라도 독립운동을 했으면 서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주대 이헌환 교수는 "남한정부라도 먼저 과감하게 월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상훈과 보훈을 개방한다면 장래에 통일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김원봉의 6·25 남침 및 전쟁 준비 이력을 부정하는 등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편파적 토론이었다"며 "노골적으로 북한정권의 수뇌부를 보훈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4월에 변경한 독립유공자 기준에 따르면 사회주의자라도 광복 이후 북한정권 수립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독립유공자라고 본다고 했다"며 "그 기준으로 봐도 김원봉은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복 후에 자진월북해서 김일성 밑에서 장관 직을 한 사람이이 어떻게 북한정권 수립에 가담하지 않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독립유공자 기준에 의하면 손혜원 의원의 부친 서훈도 근거가 없다"며 "애국선열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좌파 역사공정’과 ‘손혜원 감싸기’에 앞서는 피우진 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원봉 대하사극’ 등 지상파들도 측면지원 

    ‘김원봉 독립유공자 만들기’는 보훈처만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부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편향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사들도 작심한 듯 ‘김원봉’을 대중에게 노출시켰다.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은, 어느 정도 조직적으로 비치기도 하는 일련의 시도들에 대한 방어다. 

    MBC는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이몽'을 5월에 방영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공영방송 KBS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연계해,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대하사극을 제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방송 외에도 김원봉 등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를 재평가한다는 취지의 문화 콘텐츠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이 위기감을 드러내는 것은 그런 이유다.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을 서훈하는 것은 '1948년 건국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위기의식이다. 

    피 처장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숱한 질타를 받으면서도 김원봉 서훈에 대해 "서훈 수여 가능성이 있고, 국민이 원한다"며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