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균의 국방 TV‘를 자주 들어가 본다. 군사-국방 문제에 대한 신인균 씨의 지식과 정보에서 배우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신인균 씨가 채널 A에서 출연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고, 그 사유가 필자의 경우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필자로선 이게 우리 시대의 공통현상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586 정권 하의 언론 통제 방식은 이렇구나 하는 걸 국민은 알아야 한다.

     신인균 씨는 요즘의 국방부는 주적(主敵)을 북한에 두기보다는 일본으로 돌리고 있다는 말을 채널 A에서 했다. 예컨대, 금년 6. 25 전쟁 기념일의 국방부 홈페이지엔 6. 25 전쟁은 북한의 남침 때문이었다는 대목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덮어놓고 “순국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신인균 씨의 발언을 어떤 ‘시민단체’가 문제 삼아 방통위에 알렸다. 방통위는 그 내용을 방송사에 알려 경고했다. 방송사는 방통위라는 염라대왕의 경고인지라 즉각 신인균 씨에게 출연정지를 통고했다.

     필자에게도 작년에 똑같은 일이 있었다. TV조선에서 북한 김정은에 관해 말하던 중 필자의 입에서 아차 하는 순간 방송부적절 용어가 튀어나왔던 모양이다. 필자는 움찔하면서 어물어물 다른 말로 옮겨갔으나 한 번 뱉은 말을 없었던 걸로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속으로 김정은 근친살해범에 대해 한 말이니 설마...했다. 그런데 예의 ‘시민단체’가 그걸 ‘막말’이라 해서 방통위에 알렸고, 방통위가 그걸 다시 TV조선에 경고했다. TV조선은 인가취소 직전까지 이른 마당에서 필자를 출연정지 시킬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한 순간은 이걸 꼬투리 잡아 현 시국의 언론 통제 방식을 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부각시켜 대판 한 번 싸워볼까 했다. 그래서 방송사측에 시비를 일단 걸었다. 그렇게 해서 예의 ‘시민단체’와 방통위의 주고받기 식 언론 통제 양상을 세상에 널리 알릴까 했다. 그러다가 그만두었다.

     첫째는, 필자가 TV에 출연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비치지 않을까 해서였다. 필자는 성격상으로나 나이로 보아 TV 화면에 얼굴이 팔리는 걸 사실은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TV조선 고참 프로듀서가 하도 지속적으로 간곡하게 출연을 권유하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져 한 번 출연했고, 한 번 출연하니까 그게 두 번 되고 세 번, 네 번 되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내가 왜 굳이 “날 뭣 때문에 출연정지 시켰느냐?”는 식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 싸움을 하는 게 좀 쑥스러웠다.

     둘째는, TV조선 고위 간부진에는 필자의 조선일보 후배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기에, 비록 내가 조준한 상대는 정권과 정권주변부였지만 그래도 그 과정에서 신문사 후배들과 싸우는 모양새를 만들 수는 없었다.

    결국 매사 내 탓이란 필자 개인의 인생관에 따라 “내가 신문인으로서 TV 화면에 얼굴을 내민 외도(外道) 자체가 잘못이지...”라고 자책하면서 그 웃기는 에피소드를 끝내고 말았다. 허허허.

     그러나, 지적할 건 지적하고 이야기를 끝내야 하겠다. 방통위-‘시민단체’-집권여당-친여 미디어의 연결망을 짜서 그들이 자신들의 ‘공적(公敵)으로 찍은 ’적폐분자‘를 꼭 찍어 내 방송계에서 추방하는 방식으로 이 시대의 언론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것만은 국민이 알아둬야 한다. 하긴 국민이 알아봤자 별수 없지만.

    ’ 민주‘ ‘진보’ ‘정의‘를 부르짖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언론통제 같은 건 없어질 줄 알았지? 거 무슨 순진하신 말씀...이 친구들이 얼마나 권모술수와 권력투쟁에 능한 위인들인지는 국민은 모른다. 민주, 정의, 진보? 그 따위 게 어디 있어? 자기들과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을 '가짜 뉴스'라 찍어 마음에 안드는 유튜브 방송을 규제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내가 지금 자유당 말기와 유신시대를 다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고오오오오~얀...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12/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